뮤지컬 <데스노트> 리뷰
돌아온 뮤지컬 <데스노트>
작년 삼연으로 큰 사랑을 받은 뮤지컬 <데스노트>가 일 년만에 앵콜 공연으로 돌아왔다. 삼연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대부분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일부 캐스트 변화는 있었다. 삼연은 충주아트센터 대극장을 시작으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연장 공연을 마무리했고, 이번 앵콜은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와 부산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한국의 뮤지컬 제작사 ‘씨제스컬쳐’와 일본의 호리프로가 공동제작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제작된 뮤지컬이다. 현재 판권은 2022년 삼연부터 ‘OD컴퍼니’로 넘어갔기 때문에 초재연과는 다른 매력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15년 초연에서 ‘라이토’를 연기한 배우 ‘홍광호’가 약 7년 만에 삼연으로 돌아오면서 앵콜까지도 아주 치열한 티켓팅이 이어졌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홍광호가 ‘데스노트 M/V’로 한국 뮤지컬 최초 1,500만 이상 조회수를 달성했기 때문에 그의 기록과 인기는 전석 매진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울 수준이다. 물론 초연부터 계속 참여해 온 ‘L’ 역의 ‘김준수’나 새로 참여한 ‘김성철’, 라이토 역의 ‘고은성’도 못지 않은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다. 초재연에서는 라이토 역과 L 역이 원 캐스팅으로 진행되었지만, 삼연은 각각 더블 캐스팅으로 바뀌면서 두 배역을 맡은 배우 간의 다양한 페어와 호흡을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있다.
돌고 도는 회전문, 뮤지컬의 매력은?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은 생생한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극장 공연일수록 앙상블과 오케스트라 합주가 함께 하면서 사운드의 풍부함을 더한다.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거리도 멀지 않기 때문에 배우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있지만 카메라 너머도 아닌, 높은 펜스 뒤도 아닌, 금방이라도 닿을 위치에 실시간으로 서있다. 특히 일상적인 스토리의 전개가 짙을수록 우리는 의도적으로 ‘낯설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대화 속에서 춤과 노래가 반복된다고 해도 마치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생생함이 뮤지컬 혹은 연극을 찾게 하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캐스트에 따라 달라지는 배우 간 호흡과 극의 해석도 뮤지컬의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특히 이번 <데스노트> 삼연처럼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될 경우 메인 캐릭터에 대한 두 배우의 해석과 표현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더해진다. 여기에 페어도 다양해지면서 관객은 같은 작품을 예매하더라도 공연일의 캐스트를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캐스트, 페어에 따라 다른 작품, 다른 공연으로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가능한 한 다양한 캐스트를 관람하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면 모든 페어를 관람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공연 날짜가 많다는 점도 뮤지컬이 갖는 강점이다. 보통 콘서트의 경우 한 번에 1-2회 정도 개최되고 많아야 4회 정도 된다. 하지만 뮤지컬은 서울 공연을 기준으로 대개 한 달 이상의 기간을 두고 평일과 주말 모두 공연을 진행한다. 콘서트 공지를 보고 ‘아, 딱 이 날만 시간 안되는데!’ 하는 아쉬움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면 시간 선택지가 많다는 점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와닿을 것이다.
나의 최애 조합을 찾아라!
필자는 ‘야가미 라이토’ 역의 ‘홍광호’의 팬으로, 작년 삼연과 올해 앵콜에서 일명 ‘라잇홍’ 혹은 ‘홍라이토’ 회차 공연을 최대한 다양한 캐스트로 관람했다. 먼저 홍광호가 해석하고 표현한 라이토에 주목했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비교하여, 라이토가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점점 잃어가는 인간성’을 강화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정의’에 대해 정의하며 행동하던 초반과 달리, 점점 ‘선’을 잃어가며 거친 광기를 드러내는 연기를 펼쳤다. 직접 공연을 통해 보지는 못했지만, 라디오나 프로그램 등을 출연하여 보여준 ‘고은성’의 라이토는 원작 속 모범생스러운 이미지를 훨씬 집중적으로 표현한 듯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 명의 ‘L’과 보여주는 미묘한 호흡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L 역의 ‘김준수’와 ‘김성철’ 역시 각자 해석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때문에 같은 <데스노트>를 관람하고 왔다 해도 같지 않았다.
‘김준수’와 ‘김성철’이 연기한 L은 둘의 머리색만큼 꽤 다르게 느껴졌다. 김준수의 L, 일명 ‘샤엘’은 라이토 못지 않은 광기를 보여줬다. ‘키라’, 즉 라이토와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점점 미쳐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반면, 김성철의 L, 일명 ‘철엘’은 애니메이션 속 L과 아주 닮았다.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원작 캐릭터의 성격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고자 노력했음을 밝혔다. 다소 거칠고 압도적인 느낌의 샤엘과 달리, 두뇌 싸움에 몰입한 예민한 천재 L을 만날 수 있다. 독보적인 음색 등 보컬이 강한 샤엘은 함께 넘버를 부를 때 팽팽한 기싸움을 극대화했고, 원작의 캐릭터를 많이 참고한 철엘은 섬세한 표현력과 연기력으로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데스노트>는 라이토와 L의 두뇌 싸움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어떤 L’과 겨루냐에 따라 라이토의 분위기 역시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사신 ‘류크’ 역시 라이토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계속 등장해 많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류크 캐스트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도 다르게 조성되었다. 예컨대 배우 ‘서경수’가 가장 장난스럽고 친근한 류크를 연기했고 ‘장지후’는 조금 더 사신으로서 점잖은 류크를 연기한 느낌이었다. 이처럼 뮤지컬은 배우의 연기 특징이나 강점을 바탕으로 관람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선택하고, 또 다른 조합과 비교해보는 매력이 있다.
믿을 수가 없어 꿈을 꾸는 걸까
이번 삼연에서 특히 시선을 끌었던 것은 새로운 연출이었다. 3면을 LED로 구성하였고 화려한 무대 소품보다는 조명을 활용하여 공간과 배경을 구성하였다. 사실 다른 극과 비교했을 때 무대 소품이나 장치가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거나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데스노트>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을 구현해내기 위해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연출이었다. 그 결과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김동연’ 연출이 연출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라이토, L, 소이치로가 함께 부르는 넘버 ‘비밀과 거짓말’ 연출이다. 한 번에 세 인물의 공간을 보여주고, 쫓고 쫓기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 서로의 공간과 경계선을 넘나든다.
공간을 분리하고 전환하는 연출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더욱 잘 설명해주는 배경 연출도 주목할 만한다. 사신의 성격에 따른 공간 차이나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변하는 라이토의 태도처럼 점점 커튼이 걷히는 방의 창문 등 오디컴퍼니는 직접 세세한 연출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물론 공연을 보기 전보다는 보고 나서 효과적이었는지 되짚어 보는 순서를 추천한다. 대신 무대 위 배우뿐만 아니라 미묘한 연출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연출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아주 가까운 자리보다는 2층에서 한눈에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도 귀를 사로잡는 넘버가 줄지어 이어진다. 따라서 가장 유명한 넘버가 모두의 ‘최애’ 넘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 입장 줄에서 각자 기대하는 넘버와 장면에 대해 들을 때가 있다. 가장 유명한 넘버 ‘데스노트’나 ‘놈의 마음 속으로’가 압도적일 것 같지만, 앙상블과 함께 풍부한 사운드를 보여주는 ‘정의는 어디에’나 사신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불쌍한 인간’ 등 다양한 넘버에 대한 기대감도 많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각색된 스토리를 바탕으로 촘촘하게 구성된 넘버들이 이어진다. 또한 새롭게 구성된 연출은 여전히 많은 관람객을 끌어당긴다. 무엇보다도 배우 각자의 스타일이 담긴 해석으로 완성된 연기와 뛰어난 노래 실력이 이 모든 인기와 주목의 바탕이 되어준다. 삼연 앵콜까지의 성공은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조화롭게 갖추어졌기 때문에 가능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