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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비 Apr 11. 2019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를 환영하며

오늘 11일 드디어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해 재판관 4(헌법불합치):3(단순위헌):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나 즉시 법적 효력을 상실할 때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고 국회에 시한을 정해 개정하도록 하라는 결정이다.


이제 2020년 12월 31일 시한으로 국회는 현행 낙태죄 조항을 개정해나가야 한다.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여성의 몸을 국가가 통제하는 시대착오적 형법을 폐지하는 선고를 환영하며, 판결문의 일부를 살펴보도록 하자.


01
태아의 독자적 생존 시점에 따른 생명 인정 여부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헌법재판소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한 이후의 태아를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로 보았다. 다만 그 전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보며, 낙태가 가능한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02
불법낙태수술로 인한 사회적 문제


“낙태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나 후유증 등이 발생해도 법적 구제를 받기가 어려우며, 비싼 수술비를 감당해야 하므로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가 쉽지 않다.”


낙태를 처벌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낙태가 이뤄지고 있고 처벌되는 사례도 극히 드물다. 이에 여성들이 불법낙태수술로 인해 건강권을 침해당한다는 점, 비싼 수술비로 인해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등 낙태죄가 초래하는 불법낙태수술의 사회적 문제를 언급했다.


03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명목 아래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규정이었다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말이 드디어 헌법재판소를 통해 언급됐다. 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사회가 변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04
낙태를 도운 의사 처벌도 위헌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 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다.”


낙태를 한 여성뿐 아니라 의사를 처벌하는 규정 역시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간 낙태죄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피임하지 않고 성관계를 한 문란한 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여성의 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오늘의 판결로써 낙태는 더 이상 ‘죄’가 아니며 무엇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함이 인정되었다. 이제 사회가 바뀌어나갈 차례다. 변화는 시작됐고 우리는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만든 작은 날갯짓들이
바람을 일으켜 파도를 만들었고
이내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변화에 동참할 텐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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