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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Mar 26. 2023

이름


결혼 후 나에겐 새로운 호칭들이 많이 생겼다. 여보, 엄마, 며느리, 새언니, 형님, 형수님, 아가씨... 그 외에 다른 호칭들도 정말 많다. 이 많은 호칭들은 내 이름을 밀어냈다. 이젠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호칭 문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과한 것 같다...


물론 새로운 호칭으로 불린다고 해서 이전의 나, 오롯한 '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때로 그 호칭들은 나를 ‘내’가 아닌 ‘호칭’에 부합하는 인물이 되라는 부담을 준다.


저 많은 호칭들로부터 도망갈 생각은 없다. 또한 각각의 호칭이 뿜어내는 스테레오타입에 맞추려고 안달복달 하지도 않겠다. 나의 고유함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독특한 색이기 때문이다. 나의 색다름이 이웃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것을 수정해야 한다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나를 불러 세우는 낯선 호칭들에게 활짝 웃으며 대답해주겠다. 도무지 발화될 기회가 없는 내 이름을 하나님은 아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나’라는 사람을 잊으신 적이 없다. 나를 만드신 창조자가 내 이름을 매 순간 불러주신다. 내 이름을 자기 손바닥에 써 놓기까지 하셨다. 더 바랄 게 없다.


“...나는 너를 잊지 않겠다. 보아라. 내가 네 이름을 내 손바닥에 적었다.” (이사야 49:15하~16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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