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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Oct 15. 2021

미칠 것 같아 쓴다

엄마

엉킨 감정들.


엄마는 어제 나한테 전화했어

처음엔 받지 않았어

공부중이어서

한시경 엄마는 또 잔화했어

엄마는 내가 일하러 갈 시간을 이미 알고 있어

그때쯤이면 내가 일할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대기타는 중이라는 걸 알고 전화한 거야


가끔 이렇게 내 일정을 엄마에게 간파당했다는 걸 알 때의 그 느낌을 알아?


미치도록 싫어

그 관심이


더 미치겠는 건 뭔지 알아

난 왜 엄마가 내게 전화하는 걸 싫어할까 분석하는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는 거야


난 엄마를 사랑해

엄마가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


그.런.데.

난 이렇게 어린애 같아


꼴랑 엄마 전화 하나를 가지고도 절절매

그게 나라 미안해


마음 속으로 난 엄마와 단둘이서 엄마 고향으로 여행을 가

그럼 엄마가 얼마나 좋아할까

그 지긋지긋한 장애인 동생 케어와 이빠 잔소리에서 밧어나 엄마가 그토록 사랑하는 셋째딸과 여행을 한디면.


난 알아.

그게 엄마가 바라는 거라는 걸. 이 가을에.


지난 주, 누구나의 입에서건 아 날씨 좋다, 라고 말 나올 정도로 그야말로 여행하기 최적의 날씨였을 때.


" 엄마 모시고 한 번 갔다와야 하는데."

내내 난 생각했어.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지.

왜 그러지 않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이유가 날 괴롭혀.

나도 알아. 다 변명인 거.

그냥 난 그 귀찮음이 싫었던 거야.


그리고 난 장례식에서 뻔뻔하게 크게 울겠지.

효도하지 못했다고.


엄마는 아빠 차 타는 거 싫어하잖아.

그런데 엄마가 그랬어 어제

"다음주에 아빠하고 동생이랑 여행 가려 한다. 원래 이번주에 가려했는데 허리가 안 좋아서 못갔다."


난 다 알아.

엄마는 안 갈 거야. 날씨 탓으로 허리 탓으로 좌석이 불편하단 이유로.


그래서 난.

엄마만 그 셋에서 쏙 빼내어 나랑 남편이랑 편안한 여행을 가면 엄마가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한 거구.

엄마는 항상 사위차는 편해 허리가 안 아파 라고 했잖아.


그리고 생각 뿐이었던 거구.

하지 않았던 거구.


이게 나야.

그래서 미안해.

고작 생각뿐인 나라서 미안해.


그냥 실행에 안 옮겨져.

그래도 엄마 사랑해


어제 무뚝뚝하게 전화받았지만 내 마음은 복잡했고 무거웠어


여기서나마 말할게

엄마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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