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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30. 2023

집 앞 카페


집 앞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 카페의 좋은 점은 우선 친절하다는 데 있다. 늘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다. 이 가게의 파트타이머들이 손님들에게 친절한 이유는 사장님 덕분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걸 실감한다. 사장님은 늘 밝은 얼굴이다. 엿들은 이야기로는 여기 말고 다른 가게 두 개나 더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늘 바빠서 얼굴을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드물게 만날 때마다 사장님은 늘 밝다.      


여기는 아침마다 엄청나게 붐비는 곳인데 커피를 뽑다가도 인기척이 느껴지면 얼굴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다. 단골인 내게 마카롱을 준 적도 있다. 무엇보다 파트타이머를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가 훌륭하다. 늘 존댓말을 쓰고 어떤 말이라도 건네며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언젠가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사장님이 쓱 들어와 파트타이머들에게 “배고프죠? 만두집에 예약해 놓았으니 십분 뒤 들러서 만두 가져가면 돼요.” 말하고 사라졌다. 먹을 거 주는 걸 싫어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커피숍이라 아침에 나오기 부담 없다. 대충 꿰어 입고 나오면 그만이다. 아침에 동물들을 살피고 나와 여기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파트타이머들이 선곡한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작은 행복이다.      


만약 이 곳이 없었으면 내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나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곳.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사람이 따듯하고 이상적인 관계에 갈망을 갖는 이유는 희미하게 에덴동산에서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고 한다. 하나님과 배우자와 완벽하게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었던 그 때의 기억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관계를 꿈꾸고 목말라하고 그러한 모습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커피숍 사장님의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감동하는 이유는 내 무의식이 그것이 아름다운 태도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도 저 분처럼 아름다운 태도를 가지고 싶다. 이제 오피스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 것이다. 무조건 인사하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기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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