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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Feb 07. 2023

사사로이 도움이 되는 것들  

커피와 음식과 고양이들 


요새 좀 힘들다. 

심적으로 힘들다. 

원래도 힘들었지만 요새 더 힘들다. 

생각해보니 원래 사는 건 항상 힘들었다. 

그 안에서 편차가 있었던 것 뿐이다. 


힘들 때 나타나는 증상. 


1. 잠이 많아진다.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다. 원래는 일어나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하는 게 루틴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힘들어지자 그 루틴이 무너졌다. 내 생각에 내 무의식이 잠으로 도피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애써 위로하려는 내가 또 있다. 


-힘들 때는 좀 자도 돼. 다 하려고 하지 마.


그래도 이제는 다행이라면 내가 나 자신을 쪼지는 않는다는 것. 내가 나 자신에게 그런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많이 좋아진 것이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괜찮아. 더 쉬고 자면서 기력을 보충하자. 이 글도 열시에 일어나서 겨우 노트북만 가지고 나와서 쓰는 글이다. 그래도 괜찮아. 


2. 식습관이 무너진다. 

약 이주 전부터 커피를 끊었었다. 커피 때문인지 배뇨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커피를 끊은 후로 잠도 더 개운하게 자고 밤에 깨어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 하지만 마음이 힘들어지고 난 후에 난 자연스럽게 커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금 이 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쓰는 글이다. 뭔가 필요해. 나를 위로해주고 버티게 해주는 그 무언가가 필요해. 나에게는 그게 커피인 것 같다. 순간적으로 힘을 내게 해주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그 무엇. 


조금만 마시자. 마시더라도 한 컵 다 마시지 말고 반만 마시자. 


어제 저녁에 일을 끝내고 오는데 단지 앞에 순대차가 와 있는 걸 보았다. 야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식탐이 앞섰다. 스트레스성 식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유혹을 견딜 수가 없었다. 김치순대를 사서 오려는데 맥주와 함께 먹으면 환상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 분명히 마시면 밤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할 것을 알면서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다. 크아. 맥주를 따 마시니 살 것 같았다. 그리고 난 그 대가로 밤새 화장실에 다섯번은 간 것 같다. 제대로 잤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고. 


3. 성경을 읽지 않는다. 

일어나자마자 성경을 펴서 읽었었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 그러지 않는다. 그냥 잠으로 도피할 뿐이다. 영적인 힘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 마음을 알고 계실 거라 믿는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다 아실 거라고 믿는다. 


지금 난 힘들다. 인정받지 못하는 직장에 가는 게 괴롭다. 그런데 업무 역량을 키우기도 싫다. 뭔가 노력하기가 싫다. 그게 내 진짜 마음이다.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돈 벌기가 싫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생각만으로도 잠시 행복하다. 


지금은 커피와, 음식과, 고양이들에게 내 힘든 마음을 잠시 기대어 쉬어가고 있다.
위로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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