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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Feb 09. 2023

마음이 괜찮아진 이유

오늘은 마음이 좀 괜찮아 진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지난 주 화요일이었다.

난데없는 원장의 지적으로 쑥대밭이 되었던 내 마음.

그 후로 찾아온 우울감과 자괴감으로 내내 힘들었었다.

하지만 서서히 마음을 다스려가면서 어제는 이제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밝아진 것을 느꼈다.


https://brunch.co.kr/@nokid/330 

위 글에서 밝혔듯이 지난 주에 학원에서의 사건이 있은 후에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안 마시던 커피도 마시고 야식도 먹었다. 건강에는 별로 좋지 않은 것들이었지만 어찌 되었던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단기간에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기분을 좀 나아지게 하기 위해 이같은 편법을 사용했다.


고양이들은 그저 내 곁에 있어주었다. 난 다시 우울증 환자처럼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워졌고 고양이들과 활기차게 놀아주지 못했다. 고양이 앞에서 또 눈물을 흘렸다. 엄마 힘들어, 이야기하면서. 고양이들은 우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고양이들이 움직이는 걸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대에 또 누워 있고. 그러다 느릿느릿 집을 나서고. 지하철에서 내려서도 아주 느리게 걸었다. 학원까지.


학원에서 큐티 시간이 전과 같지 않았다. 전에는 생동감 있고 진실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시간이었다면 원장에게 마음을 다친 후로 더 이상 예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그저 두 명이 이야기하는 걸 듣기만 했고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저 일에만 몰두했다. 원장이 내게 지시한 것을 따르려고 했다. 내게 지적한 것을 고치려고 했다. 원장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만두었다.


원장은 좀 미안했는지 이번 주 월요일에는 천혜향 두 개를 주었다. 내가 학원에 두고 먹으려고 하자 남편에게 주라면서 집에 가져가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들고 지하철을 타야 했다. 화요일에는 책상에 과자를 놔두었다.


어제도 마찬가지로 아침에 고양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지하철 역에서 내려 느릿느릿 학원으로 걷고 있었다. 학원으로 가는 길에는 주민센터가 있다. 주민센터 안에는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 학원을 지금까지 오개월간 다니면서 주민센터에 커피 파는 곳이 있다는 걸 안 것은 운전을 그만두고 지하철을 사용한 후니까 약 한 달정도 되었다.


밖으로 조그맣게 난 창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받아가는 곳이었다. 테이크 아웃 전용이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학원으로 가는 발이 저절로 주민 센터 앞에서 멈추었다. 일단 그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한숨을 쉬었다. 가기 싫어. 너무나 가기 싫어. 시간을 멈추고 싶어. 하지만 수업까지 이제 삼십분이 남았다.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커피의 힘을 빌리자.


커피는 기운이 나게 하니까. 지금까지 보기만 해왔던 저 작은 창에 가자. 마음을 북돋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어. 힘을 짜내어 창문 앞으로 갔다. 창문 앞에는 은색 종이 하나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저 사람을 기다렸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사람이 오는 게 느껴졌다.

할아버지였다. 흰 머리가 가득한.


-아메리카노 주세요. 물은 반만 부탁드려요.


그러자 그 분이 말씀하셨다.


-진하게 드시려고요?


'걸으면서 먹으려면 물이 많으면 쏟을 수도 있어서 그래요'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긴 문장을 뱉는 게 부담스러웠다. "네"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카드를 내밀었다.


-진하게 드시려면 샷 추가 해드릴까요? 그건 싫으세요? 물만 반만 드릴까요?


할아버지가 또 물어왔다. 길게 이야기하기 싫어서 "네"하고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커피 머신 기계에서 커피를 추출하고 물을 더해 내게 내밀었다. 커피를 받아드는데 호주머니 속이 허전했다.


-혹시 저한테 카드 주셨나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죄송합니다. 제가 쓸 수도 없는데." 하면서 카드를 계산기에서 빼어 주었다. "괜찮아요."하며 조금 웃었다.


햇살이 따듯해 햇살 아래서 커피를 마셨다. 약 삼분.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그 삼분. 내 머리 속에 쏟아지는 햇살이 느껴졌고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잠시 시공간을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다.


내게 웃음을 보여주고 따스한 말을 건네준 할아버지. 그리고 햇살 아래서의 커피.


마음이 좀 괜찮아진 이유.


하나님 도대체 얼마나 큰 축복을 주시려고 제게 이런 시련을 허락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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