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영어 교육

지금이 90년대도 아니고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써볼까.


왜 영어 교육은 하나도 달라지지가 않는지에 대해 써볼까. 도대체 to부정사의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 구분을 왜 해야 하며 그 용법을 구분하는 문제 출제가 왜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 더 웃긴 건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이니까 거의 삼십년에서 이십오년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하고 달라지는데 왜 교육, 영어 교육은 구닥다리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지.


나는 지금 중학생들 영어 학교 시험 대비를 하고 있다. 정말이지 웃긴 건 그때 배웠던 것하고 지금 가르치는 것하고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that이 접속사로 쓰인 건지 아니면 지시 형용사인지가 뭐가 중요하다는 건가. 부사절, 명사절, 형용사절..... 절절절.... 이딴 것을 가르치려니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 따위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물려준 것에 대해서 기성 세대로서 미안함이 든다. 아이들아 나는 바꾸지 못했단다. 구태의연한 주입식 영어 교육 시스템을.


가장 미안한 점은 나 역시도 주입식 교육 시스템의 피해자였고 그로 인해서 심한 맘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그 망할 교육 시스템에 편승한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강사들이 느끼는 점일 것이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쪽집게 문제를 뽑아주는 학원 교육.

망할.


그렇다고 초등만 가르치면 죄책감이 덜어지느냐.

초등은 확실히 회화 위주가 많긴 하다.

중등보다는.

그리고 재미있는 활동도 많이 하고.


하지만 초등 고학년이 되면 역시 한국식 문법 교육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 출판사에서 나온 중등 내신 대비의 가벼운 형식을 따른 문제집 풀이가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괜찮다.

왜냐면 상당부분 배워놓으면 회화에 도움되는 게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면 요상한 영어 문제들을 접해야 한다.

초등 영어도 역시 이상한 내신 문제들의 연장 선상에 있다.


이러니, 영어가 싫어지는 게 당연하지.


나라도 싫을 것 같다.


왜, 영어를 영어답게 배우지 못하는 걸까.

분사구문, if문, that절, 관계 대명사, to부정사 등등등.

쪼개고 쪼개서 지엽적으로 가르치고 거기서 되도 않는 문제를 풀게 하는 게 과연 정말로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될까.


그것은 문제 풀이를 위한 영어일 뿐이다.


차라리 수업 시간에 동영상 틀어주면서 섀도잉을 하고 회화에 집중한다면 훨씬 재미있고 보람있는 영어 시간이 될 텐데.


어떻게든 교과에 집어넣고 성적을 매기려는 노력이 학생들을 "영어 만든 사람을 X여버리고 싶다"라고 말하게끔 만든다.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영어를 익혀야 하는 것 아닐까.


어쩌자고 나는 이 사교육 판에 뛰어든 걸까.

나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학원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최소한만 일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였다.

글도 쓰고 등등.


하지만 역시 먹고 사는 문제는 그렇게 쉽게 생각할 게 아니었다.

직장이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감을 들게 한다면.

아마도 그건 잘못 선택한 거겠지.


그래서 나는 현장 고발을 하려고 한다.

영어 교육을 비판하기.


내부 고발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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