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늘 같은 옷차림, 허름한 바지, 날름거리는 잠바.
그 아이.
크고 슬픈 눈에 사고 뭉치 아이.
그 아이는 점심으로 늘 컵라면을 싸왔다.
둘러앉아 먹던 시절이었다.
그 아이는 돌아가며 국물을 나눠주었고 아이들의 반찬을 먹었다.
나는 그 아이가 주는 라면 국물에 밥을 적셔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 아이 또한 당당히 다양한 반찬을 먹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 아이가 죽었다고 전해 들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오늘 컵라면을 먹었다.
그 당시처럼 컵라면 뚜껑을 접어 라면 받침도 만들었다.
컵라면은 여전히 맛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먹지 않았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나는 변해 있었고 어느 부분은 놀랍도록 전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