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기위해 외국까지 날아왔지만
남편의 모든 일정을 함께할 수는 없는 노릇
남편이 출장을 가고 혼자 이 집에 남겨져있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대륙의 사이즈가 워낙 크다보니
남편이 다른 지역 법인으로 출장갈 일이 생기면
이동시간만 만 하루.
결국 일박이일 이상은 피치못한다.
남편도 임신한 아내를 혼자 두고 출장가는 일은 막아보려 했으나 어쩔 수 없었을꺼다.
한국이었어도 이런 느낌일까?
직장이 서울이고 남편은 대전에서 일하는 데
같이 살기 위해 대전으로 내려왔더니
남편이 잦은 출장으로 집을 비운다면
서울이 아닌 대전까지 내가 와있는데!! 억울하다!!
라는 기분이 드는건 마찬가지일까
나의 심경은
억울하다기 보단, 사실 슬프다
내가 떠나고 한동안 혼자 이 나라에 남겨질 남편.
이 집에서 같이 꽁냥꽁냥 지내다가
퇴근하고 내가 없는 일상을 맞이할 남편을 생각하니 벌써 눈물이 날 것 같다..
같은 한국이었다면 왕래하기도 편했을텐데
직항도 없고 13시간 비행이 기본인 이 나라에서
한국까지는 너무나 멀다.
요즘 비행기표는
보고싶다고 무작정 달려올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다시 용기를 가져볼까
매번 고민을 하지만 너무 무섭다
그러나
남편을 생각하면 또한 너무 마음이 무겁다
그렇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출산과 산후조리 그 모든 과정을
익숙한 한국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갓난 아이를 비행기 태워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지언정.
남편 없이 갑작스런 출산을 하게 될지언정.
남편은 벌써 슬퍼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소중한 순간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에..
나도 그 점이 너무 슬프다
그래도 남편이 나를 적극적으로 붙잡지 못하는 데에는 목숨을 걸고 해야하는 출산 과정때문이겠지
좋은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피를 뽑는 과정에서 몇번의 사고가 있었다
진료를 볼 때도 통역해주시는 분이 없으면
영어로도 대화가 쉽지 않다
더구나 현지의 담당의사도 나에게 출산을 어디서 할 것인지 위급 상황에 대처가 되는지 걱정한다
무엇보다 남편과 함께 병원을 오가면서
현지 의료가 역시 한국만큼은 안된다는 게
몸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출산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겠단 결정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맘 같아선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끝내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다시 날아오고 싶다
그럴 생각을 실제로 하고 있기도 하고.
남편에게도 아이가 커가는 소중한 모습을 가까이서 느끼게 해주고 싶다 정말로.
이런 복잡한 마음을 갖고
남편이 출장 간 집에서 혼자 있다보니
나와 같이 허전함을 느낄, 아니지 나보다 더 큰 공허함을 느낄 남편이 걱정되고 슬프다.
사는게 뭘까
예전에는 크게 와닿지 못했던 가치,
내 야망과 성공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때와 달리
요즘은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함께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깨닫고 있다.
직업을 잃으면서까지, 커리어를 중단하면서까지
남편과 함께 있으려고 했던 내 자신은 어디로 간건지...
이렇게 슬픈게 맞는건지, 그저 호르몬 때문인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