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때 친구들을 인터뷰 했던 책이 있다. 제목은 <서투른 사람들>. 부제는 우리들의 젊은 날의 기록. 그 당시 고민이나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으로 만들고 그에 대한 대답을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었다. 그때도 우린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불안했었다. 5년 후인 며칠 전 친구와 대화를 다시 나눴는데, 우리는 역시나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으며 10년 후에는 당최 무얼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친구는 내게 말했다. '나도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지. 하지만 나는 좋은 기회가 오면 잡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려고해.'
흘러가는 대로 산다. 나는 내 삶을 항상 체계적이고 멋지게 계획하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둘 때도 어쩐지 내 인생에는 더 심오한 의미를 담은 멋진 삶이 기다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이란게 내가 상상하고 계획한 대로 이루어진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좌절감과 불안함. 살면서 매번 느껴오던 감정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친구의 말을 듣고는 내 인생도 흘러가듯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거대한 우주의 흐름 속의 나. 애초부터 인생이란게 내가 모든걸 하나 하나 계획할 수 없었던게 아닐까. 당장 내일 나에게 벌어질 일도, 나의 기분조차도 알 수가 없는데 하물며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계획하고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들은 부질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자. 물론 안일하게 살자는 말은 아니지만,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말기로 했다. 삶은 자연스럽게 흘러갈테니. 나는 그저 그 큰 흐름에 몸을 맡기고 다가오는 날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누리면 되는 것.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말이 이제서야 더 와닿는 28살 9월의 어느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