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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방송 Oct 01. 2020

내가 여기 있고, 태양이 저기 있으니.

조급함을 내려놓고 꾸준히 정진하는 삶에 관하여

불교 수행 중에 제자가 스승께 물었습니다. "스승님, 제가 사토리(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에 도달하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스승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삼십년." 제자가 또 묻기를 "제가 더 서두른다면요?" 이 말에 스승은 "그렇다면 족히 오십년은 걸리겠구나.”했다는군요. 성실함과 조급함을 혼동하지 말아야합니다. 성실하게 나아가는 것은 노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즐거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조급함은 흔히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변덕스러운 사람이 취하는 태도입니다.- <상처받지 않는 삶>

노 스님 한 분이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나물을 말리고 있을 때, 한 젊은 승려가 노스님께 다가와 물었습니다. “스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예순 여덟살이라오”, “그 연세에 무엇하러 이리도 힘들게 일하십니까?”, “내가 여기 있으니까요.” ,“하지만 꼭 이 뜨거운 땡볕 아래서 일을 하실 것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태양이 저기 있으니까요." (중략)결코 정진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서 번뇌없이 갈등없이 바른 길로 나아가며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최상의 정진입니다. - <육바라밀 수행법 - 김현준>

나의 20대 마지막 해가 시작되었다. 내년이면 서른인데 이룬 것은 크게 없어 보인다. 심지어 제자리 걸음도 아닌 후퇴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준비하는 일은 3월이면 시작하기로 했으니, 내 나름대로는 한다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요즘엔 무서운 맹수 혹은 괴물에게 벼랑 끝까지 쫓기다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 울부짓는 꿈을 자주 꾼다. 이 두려움은 누가 만든 것일까. 바로 나다.

어렸을 때부터 무얼하든 남들에게 완벽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기 싫었고, 혼자 끙끙거리며 알아내고 완벽하게 해낸 다음에야 남들 앞에 섰고 원래 잘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완벽해보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나를 채찍질하고 조급하게 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완벽해 보이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 조급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가는 길목 길목의 내가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하루 이틀이 아닌 십년 혹은 평생을 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정진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하자. 내가 여기 있고, 태양이 저기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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