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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Apr 09. 2024

난 너무 배웠다

공부의 끝(1)

“그래, 궁극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어요? 뮤지션? 평론가?”

나의 물음에 레슨 학생은,

”아니요. 저는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그 말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시대가 결국엔 도래한 것일까?

나는 그간 나 자신이 지나온 여정에 대해서 되돌아 보았다.

어디까지 가야, 그 끝을 만날 수 있을까? 여전히 아득하기만 하다. 뭔지는 알 순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마지막 종착지는 정신적인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오늘 수업처럼 이론가 나부랭이들이 역사를 거쳐오며, 시불거렸던 언어의 유희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도 끊임없이 실천가들을 부러워 하였다. 예술을 부러워 하였다. 결국 철학의 끝은 예술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이미 예술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뭐가 부족해서 또 다시 다른 시작점에 서 있는가!’

알면 알수록 콤플렉스가 더 높아짐을 깨닫고 체기를 느낀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모르는 것 같다. 모르고 그냥 덤벼드는 것이 오히려 정답이 아닐까?

난 너무 배웠다.

그 생각에 까지 미치자, 문득 박사학위를 그만두고 싶은 심한 충동을 느꼈다. 적어도 여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학교만 몇번째 입학이야!

그래도 어디까지 가나, 끝까지 가보자.

적어도 박사는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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