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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Apr 09. 2024

동굴 속? 밖?

공부의 끝(2)

미술관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잔뜩 차려 입은 남,녀들이 현학적 허세를 부리며, 삼삼오오 짝을 이뤄 앉아 있었다.  평소에 싫어하는 무리들틈에 끼어, 무심한듯 입구 근처에 앉아, 출입문에 눈길을 주었다.

‘난 정말 척하는 사람들을 경멸해!’

속으로 되내이면서도 나는 남보다는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생각하길 원하고, 독특하게 살려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

평일 오전인데도 미술관은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미술작품들을 보았던가!

무얼 위해서, 누굴 위해서! 단순히 깨달음을 얻기 위한 행위만은 아니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창작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였지만 그게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오늘은 미술관 현장 수업이 있는 날이다.

교수님도 제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나는 학생들이 모두 도착하기 전에, 교수님과 짧게 얘길 나누었다.

이런저런 나의 질문에 사족처럼 지나가는 말로  교수는 덧붙인다.

“많이 본다고 잘 그리는 건 아니예요”

맞는 말이다. 보고, 찍고, 올리고, 모으고, 나눈다 한들, 단순한 모방일 뿐, 내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작가의 1시간 남짓한 비디오 작품을 앉아서 관람했다. 평소 혼자 왔으면, 바로 제꼈을 것이다. 보다 졸다 보다 졸다가 동굴속과 같은 방을 나와, 작가의 의도에 대해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플라톤은 우리는 동굴속이 현실인듯 살지만 동굴밖에 이데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동굴속의 내재된 자기가 결국 진짜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과연 나는 궁극적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초월주의? 내재주의?’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커피한잔 사서, 학교 도서관이나 가야겠다. 다음주가 발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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