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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Apr 09.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이유

공부의 끝(3)

“너는 그게 문제야. 깊이가 없는거“

발표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나에게 A가 잔소리한다.

사실은 그랬다. 처음은  항상 설레고 재밌고 그래서 정신 못 차리고 달겨들다가, 어느 지점에 오면, 지치고 마는 나였다. 고생하기 싫고 어려운 거, 복잡한 거 싫고, 신경쓰기 귀찮아지는 지점이 오는데, 그 순간을 참고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중간이상은 가지만, 최상은 될 수 없는 상태다. 학창시절부터 B학점이상이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인생에도 적용되었다. 모자라지도 않고 적당하지만, 탁월하지는 않는 상태. 뭐 그럼 또 어떠냐고 생각되지만, 인생의 최종 진리를 알기에는 모자라는 자세다. 파고들지 않으면 쉽게 삶은 진리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희생이 없으면 결실도 없다.

첫 만남의 짧은 강렬함을 뒤로 하고, A랑 나는 연애 3년동안 미친듯이 싸웠다. 길바닥에서 낯선 이들의 흘깃 호기심의 주체가 되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함지르고, 도망가고 붙잡고 버리고 가고 울고 한 없이 째려보며 서 있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다.

덜렁대고 게으르며 뭐든 대충하고 참을성 없고 짜증 잘 부리고 기분파적인 나와 달리 A는 섬세하고 논리적이고 깔끔떠는 성격에 무척 인내하지만 쌓아 두었다가 한번 수가 틀리면 분노를 폭파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들의 싸움은 항상 내가 먼저 순간 지르고 A는 항상 참다가 나중에 터트리는 패턴으로 이어졌다. 지칠만도 한데, 그만둘만도 한데, 매번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A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매번 이어지는 그의 독설에 마음이 상했다. 칭찬하는 법이 없다. 웃음으로 넘길 일도 심각해진다. 말하다보면 어느새 논쟁으로 이어진다. 도저히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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