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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Apr 10. 2024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공부의 끝(4)

불쑥 분노가 일었다.

나는 지금의 모든 방황이 엄마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불안이라는 명목하에 통제하려했다. 항상 혼자 결정내리지 못하게 하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고 가려는 길마다 반대하고 엄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려했다. 이걸 하려하면 저걸 하라고 했고 저걸 따라 갔더니 이걸했어야 하지 않았냐며 결정 장애아로 만들어 버렸다. 엄마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기 위해, 그 그늘아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멀리 유학까지 감행했지만 애당초 엄마의 돈으로 떠난 유학은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시집은 언제 가며 밥벌이는 할 수 있냐며. 누구는 벌써 정교수가 되고 그럴듯한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는데 너는 지금 뭐하느냐고. 돌이켜보면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가둬 놓고 엄마 자신도 그 정답을 알지 못하면서 참견하고 강요하고 제 기분대로 성질을 부렸다.

‘그래도 나보다 더 비참한 인생들도 있지 않은가.그래도 무정하고 무관심한 것 보다는 정이라는 이름으로 난자하게 생채기 내지만 다시 경제적으로 라도 보상해주지 않았던가. 누구나 크고 작든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인생도 완벽할 순 없다. 위니콧(D. Winnicott)이 말한대로 그것만으로도 그 시대, 그 상황에서는 엄마의 최선이었다. ‘충분히 좋은 어머니(good enough mother)’ 였을것이다.’

위로해보지만, 오늘처럼 우울한 날에는 그저 계속 누구탓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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