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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Apr 13. 2024

어제의 의미가 오늘의 무의미로

공부의 끝(5)

교환학생이 먼저 발표를 한다.

유창한 영어로, 중간중간 어설픈 한국어를 덧붙인다. 순간 나는 울컥하였다. 갑자기 20대의 유학시절로 공간이동 되었다. 내가 있었다. 내가 한때 사랑했던  ‘B’도 있었다. 한참 순수했던 ‘너와 나‘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음에 한없는 그리움을 느낀다.

교환학생은 질 들뢰즈(Gilles Deleuze)에 대해 설명하였다.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다. 학생은 그의 생애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아!…‘

그의 초월론적 경험론과 내재적 일의성, 욕망 개념과 리좀(Rhizome)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정수리를 얻어 맞은 듯한 각성이 일었다.

"들뢰즈라는 번개가 일었다. 아마도 어느 날 20세기는 들뢰즈의 시대로 불릴 것이다."

― 미셸 푸코

그랬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의 사상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며 나는 그의 저서 중, <차이와 반복>, <천개의 고원>을 사서 읽기로 하고 도서 앱, 장바구니에 넣었다.

존재조차 몰랐던 인물이 오늘 작은 의미가 되고, 내일 찬양의질료가될수 있으며, 반대로 한때 삶의 전부였던 어제가 오늘의 무의미로, 내일의 회상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씁쓸한 흥미로움을 느끼며, 나는 바로 다음, 나의 발표 차례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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