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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Jun 23. 2024

공부의 열정

공부의 끝(26)

터키 1차 세미나에서 터키에 대한 발표에 이어, 2차 세미나에서 각자 발표할 논문의 초록들을 사전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 현지에서 다시 터키에 대한 동선내, 짧은 구두의 제 3차 발표를 준비해야 할것이라는 이야기를 조교로 부터 듣고, 난 웃음이 나왔다. 이는 감탄의 웃음이다.

지도교수님의 그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처음 논문 지도 교수님을 정할때, 망설임이 있었다. 아주 빡셀것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수업은 힘들었다. 영어 논문을 3개이상 읽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영어 논문 발표에 대한 지정 토론으로 6개의 논문을 읽고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한 수업에 9개의 영어 논문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교수님의 제자라면, 화요일에 있는 교수님의 타강의도 들어야 했는데, 나는 내 강의때문에 이번학기에는 듣지 못했다. 그럼 교수님의 제자들은 기본적으로 한 학기에 총 18개 영어 논문을 읽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주말에 따로 진행된 줌 강의에 참석하면서 나는 흡사 조선시대의 이황,이이의 제자들도 이러한 심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한 교수밑, 다양한 배경의 제자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이 고민하는 논문 주제를 발표하고 서로 피드백을 준다. 단지 그 자리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는데 단 한명도 빠짐없이 사전 정해진 논문들에 대한 토론 질문도 준비해야 한다. 나같이 주로 집단 내에서 항상 말없이 타인의 말을 듣기만 하던 사람들도 예외는 없다. 처음엔 극도의 긴장감으로 스트레스가 만땅이었는데 역시 그렇게 준비하고 발표하고 나면 몇배로 배우는 점이 많다. 집단 지성의 힘이다.

이전에 봐왔던 교수님들의 전형과는 다름을 느낀다. 건성건성 학교 다닐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박사 공부. 대학원 다니면서, 처음으로 등록금 돈 값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할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고, 이제 저질 체력 다스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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