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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Jul 28. 2024

평생 여행 이야깃거리

“네에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캐나다 경유“만” 하는데 무슨 비자란 말인가!

정말 몰랐다. 에어 캐나다 홈피에서 직접 구매했다. 미리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일단 최대한 빨리 받는 수 밖에. 공항 한 복판에서  D랑 내 비자신청을 했다. D는 이메일로 바로 승인 허가 신청이 떨어졌다. 그런데 나는 최대 72시간이 걸린다는 안내 메일만 왔고,  마지막 출발 시간전까지 결국 안왔다. 오늘이 금요일이고 영업시간 기준일이라 최대 다음주 수요일까지 못 올수 있다. 그럼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나는 일단 에어캐나다 비행기 티켓을 환불요청하고, 보스턴까지 가장 빠른 직항편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바로 옆 자리는 아니지만, 내일 아침 9시3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편 두 자리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편도 500만원이 넘는 비행기 티켓을 그 자리에서 구매했다.”

정말 “배”아프다. 좀 아껴보겠다고 경유비행기를 끊었는데 “배”가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 것이다. 그 돈이면 거의 한 학기 박사 등록금인데.

떠나기 전에 D가 다릴 수도 없는 비닐 재질 티셔츠 천을 구겨졌다며 다리겠다고 우기길래 놔뒀둬니, 3만원 넘는 새 옷을 채 입어보지도 못하고 구멍내놓았다. 실컷 혼을 내려고 하다가, 3만원 인생경험 했거니, 몸소 체험했으니 다시는 그런 천을 보면 그냥 다리지 않고 수건이라도 덧 댈것이라 기대하고 단도리를 쳤는데, 나는 500만원이었다. 정말 자식 탓할 필요가 없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다시 짐을 들고 내일 아침을 위해 집을 오는데 이미 여행을 다하고 귀가하는 심정이 되었다. 애먼 캐나다마져 싫어졌다.

그런데 A는 또 이런일에는 너무 담담하였다. 절대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래도 자리 있는 게 어디야! 너, 거기가서도 흥분하지마! 급할 수록 침착해야돼“

그래 액땜한셈 치자. 기부한셈 치자. 좌석 업그래이드한 셈치자. 이렇게 평생 여행 이야깃거리 얻은셈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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