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글이 다 그렇듯이 나는 이렇게 해봤는데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저의 첫번째, 두번째 취업에 큰 도움을 주신 트위터 친구 s님, v님 퇴직시까지 감사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시장이 갈수록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말을 듣고 2021. 1. 15. 조금 더 추가했습니다. 전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12월쯤 재취업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공고가 참 없네요.
변호사시험이 끝나고 한 달을 내리 놀았다. 와 벌써 일주일이나 놀았네, 이주일이나 놀았네... 아무리 생각해도 놀 수 있는 날이 한참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놀아도 놀아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발표 날까지 아무 것도 안 할 거였거든! 그러나 나는 나를 너무 잘 아는 나머지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8기 선배를 찾아갔다.
근데 취업은 어떻게 해요?
그때 들은 이야기 전부가 기억나는 것은 아닌데, 대강 언제쯤 자기소개서를 쓰고… 어디서 공고를 보고… 어디서 뭘 확인한 후… 무엇을 확인하여야 한다… 같은 내용이었다. 근데 이때 들으면서 바로바로 에버노트에 적어놨던 것 같은데 다 어디갔지.
0. 수습이란 무엇인가
변호사법 제31조의2(변호사시험합격자의 수임제한) ① 제4조제3호에 따른 변호사는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통산하여 6개월 이상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연수를 마치지 아니하면 사건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수임[제50조제1항, 제58조의16 또는 제58조의30에 따라 법무법인ㆍ법무법인(유한) 또는 법무조합의 담당변호사로 지정하는 경우나 「외국법자문사법」 제35조의20에 따라 합작법무법인의 담당변호사로 지정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할 수 없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6개월간 변협 연수를 듣거나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일하며 6개월의 수습 기간을 채워야 한다. 대부분의 법무법인, 법률사무소는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닌 경우는 대체로 명시해두며, 변협 연수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혹시 모르니 법무부 '법률사무종사기관 지정 현황'에서 확인해보자. 참고로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수습했다고 확인하는 서류인 '법률사무종사확인서'와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지정되었다는 '법률사무종사기관지정서'가 꼭 있어야 개업신고를 할 수 있으니 잘 챙겨두자. 수습한 곳에서 그대로 일하게 되면 거기서 떼면 되고, 퇴사하고 이직할 경우 확인서 꼭 받아서 나오고(나는 수습한 곳에서 서류 받을 때 날짜 하루 부족하게 써서 반려당하고 이직한 곳에서 하루짜리 서류 더받아서 신고함 어휴)
나는 한 달간 변협 연수를 듣다가 취직해서 6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므로 변협 연수 5/1부터 5/31까지, 수습처 6/1부터 11/1까지 같은 식으로 6개월을 채웠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닌데, 변호사시험 합격발표 이전부터 일한 경우 약간 일찍 개업신고를 할 수 있다(?). 왜냐면 합격발표와 변협 연수 시작 사이에 1주일 정도 텀이 있는데 이미 일하고 있었다면 그 1주일도 수습기간으로 쳐주니까... 어차피 뭐 1주일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는 사건을 수임할 수 없는 등 별의별 못하는 것이 많으므로 월급이 반토막이 난다. 이때를 이용해서 싸게 부려먹는 곳들도 많다고들 한다. 꺼이꺼이 나쁜놈들아. 참고로 수습 때는 진짜 할 수 있는 게 없다. 별산 펌이지만 고용주님도 허락해주시고 하여 다른 분야 일 많이 하시는 분 따라서 이것저것 배우러 많이 따라다녔었는데, 한 번은 경찰 피의자조사를 따라간 적이 있었다. 헌데 알고보니 수습은 다른 변호사가 있거나 없거나 경찰조사에 입회할 수가 없었던 것... 나는 거기 들어가서 의뢰인(=피의자)한테 이거 아까 이렇게 말씀 안하셨는데 맥락이 이상해졌네요. 이거 아까 이렇게 말씀하신 거 맞나요. 하고 한장한장 다 참견했는데...
1. 취준은 언제 시작하는가
나는 취준을 5월에 시작했는데, 1~2월부터 열심히 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나보다(?). 나는 변시 직전에 하루 30번씩 죽느냐 사느냐만 생각했기 때문에 취업 고민도 안 했는데(심지어 변시 끝나고 객관식 채점도 안 했었음), 이미 합격발표 전부터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더라고. 이후에 변협 연수에 돌입하면 연수 듣는 사람이 대충 몇 명인지 알 수 있는데, 그 해 합격자 수에서 연수 듣는 사람 수를 빼면 현재 취직해서 일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알 수 있다(생각보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난 다들 변협 연수 듣다가 취직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이미 취직해서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인지 축하메시지를 보내주는 윗기수 선배들은 하나같이 축하한다면서 취업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천천히 해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일하기 시작하면 죽고싶을 거라는 뜻도 있었지만(?) 합격자 중 상당수가 이미 취업했어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였다.
나는 꼭 일찍 시작하는게 좋은지, 일찍 시작해야만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인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렇다고들 하는 것 같긴 했다. 내가 안 해봐서 그런가 쩝. 그리고 모두가 수습을 정규채용전제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연수가 끝나는 10월~11월쯤 되면 공고가 다시 많이 올라오고, 그때 이직하는 경우도 많단다(다만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전만큼 많지는 않았다는 듯했다). 나는 수습으로 일하던 곳에서 정규채용을 못 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셔서(ㅠㅠ) 6~10월은 수습으로 일하면서 계속 정규채용전제 수습 자리를 찾았었는데, 10월에 수습 끝난 9회 채용공고가 많이 올라오기 전에는 꽤 많은 곳들이 재판출석 가능한 사람을 원했던 것 같다. 하긴 그런 걸 생각해보면 일찍 취업하는 게 좋을 수도. 그리고 취업이 일찍 되지 않으면 6개월간 불안할 수는 있다…….
20210115 추가
개인적으로는 취준을 늦게 시작한 것에 별 후회가 없고 지금 다니는 곳이 조건이 좋지는 않더라도 딱히 불만은 없어서 '아 취준 걍 합격발표 끝나고 해도 돼~~'주의자였는데, 요즘 들어서는 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아 보이기도 한다. 왜냐면 전에는 '어떻게든 취업은 된다'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취업시장이 (특히나 코로나 때문에 더) 꽁 꽁 얼어붙었기 때문. 그러다보니 좀 쉬고 발표 전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해서 일단 다니는 것이 어떨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 경우 객 채점을 하고 금컷 같은 걸 보면서 공부를 하면서 발표를 기다려야 할지, 취준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것도 필요할 거고.
그리고 변협연수보다는 수습자리를 구해서 일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변협연수에 대해 항상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다'라는 말을 해 왔고 실제로 들어보면 그렇기도 한데(과제도 주고 피드백도 해준다), 실제로 한 번 해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 보전처분 과제를 해서 피드백을 받고 힝 다틀렸졍 했던 것보다 회사에서 채권가압류신청서 써보고 채무자 재산 어떻게 찾았는지 살펴보고 가압류신청진술서까지 찾아서 써본 게 더 머리에 잘 남았다. 그 이외에도 '변호사가 이런 일도 하는구나' 싶은 것도 보고, 선배들 따라 재판도 따라다녀 보고, 이것저것 열어보면서 옛날 서면도 구경할 수 있고. 결정적으로 정규채용 전환이 안 되었을 경우 수습 떼고 나서 취업할 때 제가 이것도 해봤고 저것도 해봤고 하면서 할말이 많이 생긴다. (근데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변협 연수 마지막에는 변호사사무실로 보내는 실무연수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이걸 충실히 할 수 있는 사무실에 가게 되면 면접때 할 말이 없진 않을지도...)
2. 구인공고는 어디서 보는가요.
컨펌이 돼서 이미 취업이 확실시된 사람들은 이 글을 볼 이유가 없으니 패스하고, 공고는 대체로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에서 보게 된다. 그 외에 사내변호사나 공직, 경감특채 등의 경우 다른 곳에서도 확인해야 하는 듯한데 나는 지금은 그쪽 생각이 없어서 아직 안 찾아봤다. 그 외에는 각 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나는 합격발표 이후 미개업등록(*수습이 끝나기 전에는 개업신고(=저 변호사로 일할 거예요)를 할 수가 없는데, 개업을 안 한 채로 나중에 개업할 지방변회를 경유해서 대한변협에 등록은 할 수 있다)을 서울지방변호사회로 했어서 그쪽 홈페이지도 봤는데, 아마 각 지방변호사회 채용란은 그 지방변호사회 회원으로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합격자발표 이후 서울지방변호사회 경유해서 대한변협에 미개업등록을 해뒀으므로 서울지회 취업정보를 볼 수 있었어서 주로 변협 취업정보센터랑 서울지회 두 곳을 봤었다. 그 외에도 로이너스 알림게시판을 보면 간혹 공고를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아예 공고가 뜨는 곳을 모아두신 분도 계신다(공지글로 되어 있음).
헌데 이곳이 어떤 곳인지, 나를 써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아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3. 근데 여기 어떤 곳인가요.
요즘이야 사시 출신 신입변호사 숫자가 많지 않아서 취직 과정에서 심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로스쿨 초기 기수 때만 해도 사시출신과 변시출신 변호사 차별 문제가 꽤 심했다는 것 같다. 그래서 로이너스 같은 홈페이지가 생긴 것이기도 하고. 그런 맥락에서 인턴·취업 게시판에서 차별이 심하거나, 처우가 말도 안 되게 나쁜 곳을 리스트업하기도 한다. 근데 이거 어디까지 자세히 써도 되는 거지? 그냥 들어가보면 안다. 참고로 인턴·취업 게시판을 보려면 로스쿨회원이나 변호사회원이어야 하는데, 인증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므로 미리미리 해두자.
4.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가요.
그래 이력서랑 자기소개서....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소개서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막상 내 자기소개서는 도저히 못 쓰겠더라. 대학입시나 로스쿨입시 자소서는 문항이 이미 정해져 있잖아? 근데 이쪽은 그런 게 아니다보니 초안을 만드는 것부터 너무 어려운 것이다. 일단 사람인 같은 곳에서 이력서 양식을 하나 받아 두고 문항도 이래저래 만들어서 작성해봤다. 대체로 많이 쓰는 문항들(지원동기, 성격 및 장단점, 입사 후 포부, 성장환경 따위...) 몇 개가 있으니 적당히 쓰기 편한 걸 고르면 되는데, 사실 아주 큰 곳만 쓰는 게 아니고서야 하나 써놓고 여러 군데 이름만 바꿔서 넣다보니(사실 한번 이름 잘못 바꿔서 넣은 적도 있다. 끄흑) 지원동기는 아예 빼버리는 경우도 있고. 나는 지원동기를 아주 짧게 쓰고 펌마다 홈페이지 들어가보고 특징 좀 파악해서 바꿔서 냈다.
그 후 수습을 시작했고(여기에 자소서를 안 낸 건 아닌데 이미 다니기로 약속해 놓고 자기소개서를 냈다. 그거 누가 보긴 했을지 아직도 모른다), 수습처에서 날 채용해주지 않을 것임이 확정된 후(ㅜㅜ) 취준을 위해 잘 지내던 다른 변호사님께 자소서를 한 번만 봐주십사 부탁드렸다가 아주 두들겨맞았다. 이력서 상단의 사진을 보시더니 이 분은 누구시냐고 하셔서 그 주 주말에 사진부터 다시 찍었다. ㅋㅋㅋㅋㅋ 아무리 쪽팔려도 선배 변호사들한테 한 번 봐달라고 부탁해보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선배도 아니고 고용주님 가까이 되시는 분께 피드백을 받았더니 앞으로의 취직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만 너무 길게 쓰면 다 안 본다. 3장 내외로 내라고 명시한 곳도 있었다. 두들겨맞고 양 줄이기 전에 면접 본 곳이 있는데, 면접관들이 힘겹게 팔락팔락 넘기면서 물어볼 걸 찾더라고... 어차피 바빠서 다 보지도 못한다.
깜박하고 이걸 안 썼었구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그 외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 등) 외에도 '직접 작성한 서면'을 제출하라고 하는 곳도 있다. 헌데 신입한테 이런 게 어딨어. 나는 그냥 안 낸 적도 있고(지금 다니는 곳은 있으면 내라는 식으로 했는데 귀찮아서 안 냈던 듯), 수습하면서 작성한 걸 낸 적도 있다. 당사자명은 ABC나 123으로 바꿔서 내거나 하는 식으로 하고. 아예 쌩으로 처음 취업하는 경우인데 꼭 서면을 내라고 하는 경우에는 학교에서 했던 과제를 낸 사람도 있었다는 것 같은데 그런 과제를 내는 수업이 난 없었던 것 같은데.... 학교... 그런 것도 안 시키고 뭐했어...?
5. 피해야 할 곳은 어디가 있는가요.
흔히 '블랙 로펌'이라고 하는데, 이에 포함되는 내용은 다양하다. 일은 많고 돈은 짠 곳에서부터, 구성원 등기를 요구한다거나 '집사변호사'를 시킨다거나. 법률신문사의 청년변호사QnA 시리즈 중에도 있고, 브런치북 중 블랙 로펌 시리즈도 참고하기 좋았다. 그 외에도 별 삐용띠용한 곳들이 다 있어서 '이런 곳이 블랙이다!'라고 하긴 어렵고, 취직 준비할 때 여러 글 찾아보면서 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근데 이건 또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지점도 있다. 분야가 안 맞아도, 일이 많아도 돈 많이 주면 상관없거나 그런 것들. 블랙이라고 알려진 곳 중 하나는 건물 낡았고 에어컨이 없다나...? 하여간 정말 이상한 곳이 하나 있었는데 돈을 어마어마하게 줘서 그냥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같았다. 근데 그럼 블랙이라고 하기 애매하지 않나?
6. 면접에서는 무엇을 물어보는가요.
면접은 그냥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들어가면 된다. 나는 수습을 하면서 이직 준비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왜 이직을 하게 되었는지('저보다 경력 많은 분이 급하게 필요했대요'), 그간 무슨 일을 했는지('각종 리서치부터 민·형사 준비서면, 의견서 작성... 별의별 거 다 해봤구요...')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들어갔다. 그 외에 외국어자격증이 있어서 썼더니 어느 정도로 할 수 있냐는 걸 묻기도 하고, 운동하는 것 있냐고 묻기도 하고. 야근 많은데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하고(근데 안 괜찮다고 할 순 없잖아!!!). 법리 질문을 하는 곳이 없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일단 나는 들은 적 없고, 그런 걸 물어보는 곳이 좋은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디 사는지도 많이들 물어보는데 출퇴근하기 힘들어서 도망갈까봐 물어보는 거라는 해석이 가장 유력해보였다. 난 이사할 생각이 있었어서 지금 어디 사는데 여기 붙으면 어디쯤으로 이사할 거라고 했다.
솔직히 나는 내가 취업시장에서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흔히 이쪽 취업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건 30대 초반 남성이라고들 한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괜찮을 수도 있다고는 하더라. 면접 끝나고 나갈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그래도 아직 어리시니까 여기 아니어도 잘 될 거예요(????)' ....?? 네 감사합니다... (웃긴 건 지금 다니는 곳에서도 저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대체 저를 왜 뽑으신 겁니까 고용주여?)
그리고 구직자 쪽에서도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있다. 수습 중에 옮기려고 했을 때에는 면접을 한 군데밖에 못 봐서 모르겠는데(그리고 그곳은 '웬만하면 정규채용을 할 거지만 조건은 그때 논의하자'라고 해서...;) 수습 끝날 때쯤 면접보러 갈 때는 업무강도나 등록비/입회비 지원 여부, 개인방 여부 같은 것들을 물어보게 된다. 아래에 대강 적어놨다.
신기한 점은 면접비를 주는 곳이 있다는 것. 2만원에서 5만원까지 받아봤다. 받은 돈으로는 그 동네에서 맛있는 빵집 찾아서 빵 좀 사서 당시 다니던 사무실(수습 때 사무실)로 돌아가 다같이 먹었다. 동부지법 상가 지하에 있던 비싼 빵집 맛있었는데.
7. 그 외에는 무엇이 있는가요.
빨리! 빨리 넣어야 한다!! 취준을 빨리 하라는 뜻이 아니라, 공고가 뜨자마자 넣으라는 뜻이다. 나는 서류를 많이 넣어본 건 아니라서 몇 건 중에 몇 건을 얼마나 빨리 넣어서 성공률이 어땠다 같은 것까지 말하긴 어려운데, 취업정보센터에 올라온 마감일과는 무관하게 공고가 올라온 당일 혹은 다음날까지 이력서를 접수한 경우 면접 볼 확률이 체감상 확 높아졌다. 워낙 이직이 잦은 동네라서 그런지 서류 넣고 바로 면접날짜 잡은 후 이사람이다 싶으면 바로 뽑는 듯. 서류를 썼던 곳 중에 처우가 좋지는 않아도 관심사가 맞을 것 같아 조금 늦게라도 넣었던 곳이 있는데, 이미 뽑았는지 연락이 안 오더라고...
나중에는 사내변이나 공직으로 가고 싶다 해도 처음에는 송무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송무로 돌아오게 되면 그때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다는 듯. 나는 개업하는 게 꿈이었고 그럼 당연히 송무를 해야 하니까 법무법인에 취직했는데 음 죽고쉽다.
'별산'펌은 흔히 '노량진 수산시장에 입점한 각 가게들' 같은 식으로 비유되는 곳이다. 겉에서 보기엔 변호사가 엄청 많지만 그 사람들 모두와 함께 일하는 것은 아니고, 그 안에서 각자 알아서 일하는 개업변들(=각 가게들)이 있고 그에게 채용되어 일하는 것이다. 결국 '변호사 ㅇㅇㅇ 법률사무소'를 뭉쳐놓은 것이라 펌 이름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나를 고용할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펌 안에서도 이사람 저사람 전문분야부터 업무스타일까지 완전 다를 수 있으니까. 백 명 넘는 펌이라도 별산이면 나머지 사람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근데 별산펌마다도 분위기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전에 다녔던 곳도 별산이지만 거긴 다들 친하게 잘 지내고 밥도 다같이 먹었거든(돈이야 각자 내지만).
이 동네는 알음알음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인맥이 중요하다고도 하는 듯. 근데 내 나잇대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하면 좀 의문이… 난 변호사치고는 어린 편이다보니 잘 모르겠는데, 경력 좀 있는 분들로부터 알음알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변협에 공고가 나기도 전에 연락을 받은 적은 있었다.
채용전제로 들어갈 때나 수습이 끝나고 채용전환될 때 각종 조건을 확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노동법을 선택했었는데도 근로계약서 안 쓰고 일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무튼 구두계약도 계약이니까.... 음....; 채용전환을 해줄 것인지(그러나 이래놓고도 사정이 안 좋다고 자른 후 다음 수습 뽑을 때까지 버틴 후 다음 수습 뽑는 곳도 상당히 많다더라 이놈들아!!), 월급은 얼마인지(이쪽은 주로 세후로 이야기한다), 식대 포함인지(주로 법카 한도 얼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듯하다), 변협 등록비나 지방변회 입회비는 지원해주는지(요즘 서울에서는 안 해주는 곳이 더 많고, 해주더라도 근속기간 조건을 정하는 곳이 많다. 내가 면접 본 곳에서도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한 곳은 한 곳뿐이었고. 대신 변협 월회비는 대체로 내준다), 개인 방 여부(요즘 개인방... 왜 이렇게 없는지...), 인센티브(자기가 들고 와서 자기가 하는 사건이나, 자기가 맡아서 한 사건 승소하면 인센티브 주는 정도), 연차나 휴정기 휴무 등.
로이너스 같은 데에 간혹 '병아리 변호사들 오픈카톡' '변호사 이직 단톡' 같은 것 주소가 올라오기도 하는데 상당히 도움된다.
근데 왜 10기 취직철도 아닌 지금 이런 글을 올리느냐 하면, 그냥 칼퇴하고 업무와 별 관계없는 할 일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