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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마 Oct 18. 2021

로스쿨에서 휴학해도 돼요? 휴학해도 돼요???

로스쿨 휴학... 과연 해도 되는지에 관하여...

'가슴 만지게 해 주세요!' 짤을 '휴학계 내게 해 주세요!'로 바꿔보았다...


새로 키보드 사고 싶어서 이삼일 고민하다가 샀는데, 사고나서 집에서 한 번 써보면서 처음 한 일이 이 글 쓰려고 저 짤방 고친 거였다. 원전은 나무위키에 따르면 '동인서클 폰주스?(ぽんじゆうす?)의 작가 시노(シノ)가 그린 웹툰 《동방 플레이 기념 만화》' 제60화에 등장하는 것이라고(잘 모름).




트위터 로스쿨생에서 트위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로지마 5년차… 자주 받은 질문 중 하나를 들어 보라면 바로 휴학에 관한 것이었다. 휴학. 그렇다.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데, 실제로 해도 되느냐고 물으면 답해주는 이가 별로 없다. 내가 진짜로 진지하게 휴학을 고민했던 건 3-2였던 것 같은데, 그때엔 이제와서 휴학을 하면 정말로 죽도밥도 안 되거니와 학교를 또 한 학기 다니면서(악!!! 으아악!!!!)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문제라서 결국 안 하고 스트레이트로 졸업했다.


휴학을 고민하는 케이스는 주로 아래와 같아 보였다.

 - 몸이 아픈 경우

 - 공부가 너무 안 되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

 - 좋은 진로를 택하고 싶은데 학점이 안 나오는 경우(←이건 내가 실제로 본 건 아니고, 로스쿨 들어가기 전에, 아주 옛날에 서로연 같은 카페에서 1-1 지나고 빅펌 컨펌 안 되면 대형에서는 우르르 휴학을 한다고 들은 것뿐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른다. 나는 미니로에서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다니다 졸업했기 때문)


세 번째 경우는 내가 아예 모르니까 빼놓고(진짜인지도 모름), '몸이 아픈 경우'와 '공부가 너무 안 되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일단 첫 번째로 '몸이 아픈 경우'. 몸이 아프면 너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많이 아픈데 달리다 더 아파지느니 그냥 쉬는 게 낫다. 다만 언제 어떻게 아픈지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3학년 여름부터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었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3학년 2학기부터는 어쩌다 한 번씩은 수업도 못 가고 학기 끝난 후 변시 직전까지는 학교까지도 못 가고 집이나 동네 카페에서 공부했다(그때만 해도 카공이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근데 3-2에 휴학하자니 좀 애매했다. 재시를 하더라도 차라리 이번 시험을 보고 푹 쉰 다음에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지 않나? 지금 휴학을 해버리면 또 한 학기를 다녀야 하는데, 그럼 출석이니 뭐니 더 피곤해지지 않을까? 어차피 취직할 때 학점이 엄청 중요한 것도 아니고(특히나 3-2 학점이 중요한 것도 아닐 듯하고), 졸업시험도 패스했으니 학교에 가든 말든 일단 졸업은 해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죽네사네하다가도 일단 졸업은 했다. 1~2학년때는 휴학하는 게 나았을 수도 있는데, 3학년 2학기라서 저런 선택을 했다. 다만 이 방법의 경우 조금 위험한 것이, 변시는 5회 제한이 있어서 잘못하면 괜히 한 번 기회를 날릴 수가 있다는 것; 학교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졸업시험을 안 보거나(?) 하는 식으로 수료 상태로 남길 수도 있으니 각자 고민해보면 될 것 같다. 다만 수료 상태로 남길 경우 다시 졸업요건을 검토해야 한다는 약간의 피로감이 있다.

(다만 '얼마나 아파야 휴학해도 되는가?'의 질문으로 가면 좀 어려워진다. 여기서부터는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데… 그러네… 음… 그러게요…)


다음으로 '공부가 안 되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 이 경우는 대체로 휴학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ㅠㅠ 흔히 수험법학 공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ㅠㅠ)에 비유한다. 일단 공부할 것을 머리에 마구 쏟아부어서 가장 많이 찼을 때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 더 똑똑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미친듯이 눈에 바르다가 시험 보기 직전에 가장 많이 발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시험 직전에 쉬었다 돌아와서 바르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덜 발린 채로 시험장에 들어간다면? 앗... 큰일이다. 그러느니 그냥 3년 와좌좟 달려서 바로 끝내는 게 낫다. 그리고 뭐… 다 똑같다; 남들은 뭐 얼마나 더 잘하는 것 같겠지만; 오죽하면 변시 쉬는시간에 본 곳에서 나오면 붙는다는 말까지 있겠나. 나도 채권적 청구권과 물권적 청구권을 2학년 들어서야 제대로 이해한 멍청이였지만(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좀 어이없음) 막상 까보니 나나 너나 뒷자리나 앞자리나 구멍난 부분이 다를 뿐이지 딱히 엄청 대단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지금 너무 아무것도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휴학하고 제대로 기틀을 잡고 많이 공부해서 오면 좀 달라질 것 같다'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로스쿨생이면 아무래도 2n년 이상 살아오면서 스스로를 오래 보지 않았겠는가. 우리는 휴학하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휴학하고 공부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똑똑해져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학교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동기들 만나고, 같이 이걸 하네 저걸 하네 이야기하고, 학기 중에 빡세게 달리는 게 낫다. 스터디를 꼭 하라는 얘기는 '남들과 서로 답안을 돌려 보면서 어떻게 쓰는 게 나은지 보라'는 뜻도 있지만, 생활패턴도 비교해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라는 뜻도 있고 서로 최소한의 공부량을 잡아주라는 뜻도 있다. 휴학하고 혼자 공부하면 늘어지기 딱 쉽다. 힝. 이런 부분은 학원 다니면 좀 나아지기야 하겠지만, 어쨌거나 빨리 3년 달려서 끝내는 게 나은 경우가 더 많다. 글구 오래 하면 체력만 떨어질 수도 있고.

(비슷한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재시하면 오히려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좀 더 오래 봤으니 더 많이 알 것 같지만, 사실 1~4월을 쉬고 나서 다시 달리려면 더 힘들다. 공부했던 거긴 한데 많이 까먹고 다시 틀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다고(그래서 변시 끝나고 좀 지나서 객관식 컷을 보고 n개 아래면 겨울부터 민사법 위주로 공부하면서 기다리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변시 합격률은 날이 갈수록 뚝뚝 떨어져왔어서(다시 올라간 해도 있으나 1~2회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빨리 시험보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쌩비출신으로서 하는 말인데… 어차피… 법학에 통달하는 날은… 오지 않더라고… 나는 변호사지만… 여전히 대표님한테 혼나고 있더라고… ^^… 변시 치면서도 없던 학설 만들고 없던 판례 만들어서 분량 채웠는데 뭐…(*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실화임)



만일 무엇 때문이든 휴학을 해야 한다면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관하여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시간대를 택할 수 있다면). 이를수록 좋다. 3학년 여름 넘어서 휴학 때리면 돌아와서 고생하기 좋다. 이때는 지금까지 쌓아온 걸 가지고 어떻게든간에 막판 스퍼트를 올려서 최판이고 암기장이고 뭐든간에 박박 돌려서 변시까지 버틸 때인데 그때 휴학해서 맥이 풀리면 돌아와서 좀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반면 1학년 때 휴학을 한다면 다음 기수 학우들과 지내기 좋고(?), 다시 적응해서 학교 다니기도 어렵지 않다. 내가 뭘 했었는지 기억해내고 돌아올 때 뭘 해놔야 하는지 알기도 좋고. (그리고 혹시나 다른 길을 고민하게 된다면 손절하기에 덜 아깝…)



변호사시험 또한 운칠기삼이라고들 한다. 나도 뭐 얼마나 잘해서 한방에 붙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열심히 하긴 했지만 옆자리 사람이 다리를 덜 떨어서, 앞사람도 한페이지 통백 낸 걸 봐버려서, 쉬는 시간에 불편한 사람 대신 좋아하는 동기나 선배들을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게 크지. 남들도 다 똑같다. 사시 10년 했던 형님들 정도를 제외하면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와좌좟 빨리 달려서 끝내버립시다. 그럼 이만 오늘도 와좌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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