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더이상 홈키파(가명)님과 함께하지 않습니다
축하합니다. 홈키파는 전세보증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지급명령신청서는 그 효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리즈가 그대로 끝나버리면 이걸 보고 지급명령신청서를 쓰려던 분들은 갈 길을 잃으므로, 마침 생긴 다른 사건을 가지고 계속해보자. 어쨌든 돈내놔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별로 다르지 않다. 삼촌이 돈 받을 일이 있는데 상대방이 안 내놓고 있다고 하셔서 간단하게 신청서 몇 장 써드렸는데, 그거 접수도 못 하겠다고 잉잉앵앵 하셔서 외숙모(포스타입의 '아기변호사가 태어나면 친척들은 전화를 건다(2)'의 그분)와 논의한 끝에 내가 삼촌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서 진행하는 걸로 했다. 삼촌이랑 말이 안 통해서 숙모랑 얘기하는 일이 다 있네 거 참...
1. 공동인증서 발급받고 전자소송 가입하기
삼촌이든 홈키파든, 법인이 아닌 개인임에는 다툼이 없다. 개인용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다.
전자소송 시스템 이용에 관한 공고에 따르면 사용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는 다음과 같다.
규칙 제7조제1항, 제11조제2항제1호, 제11조제6항제1호에 의하여 전자소송동의, 송달문서확인, 소송서류제출 및 비용납부 등의 전자소송 주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전자서명 인증서로 전자정부법에 따른 행정전자서명 또는 서명자의 실지명의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용/법인용 전자서명 인증서인 아래 5개 기관이
발급한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로 지정한다. (1) 한국정보인증 (https://www.signgate.com) (2) 코스콤 (https://www.koscom.co.kr) (3) 한국전자인증 (https://www.crosscert.com) (4) 한국무역정보통신 (https://www.tradesign.net) (5) 금융결제원 (https://www.yessign.or.kr)
근데 (2)~(5)는 엄청 비싸던데. https://www.signgate.com/main.sg 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삼촌과 굉장히 멀리 살고, USB에 받아서 보내라고 하면 또... 생각하기 귀찮기 때문에... 1년짜리로 신청해서 삼촌을 우체국에 보냈다.
이걸 신청해서 결제한 후 직접 우체국이나 기업은행에 가면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하는 서류를 준다. 그 서류에는 인터넷으로 사이트에 접속해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록번호가 적혀 있는데, 그럼 삼촌이 받은 등록번호를 내가 확인해서 내 자리에서 삼촌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거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죠? 제가 학교다닐 때 받은 용돈이 이렇게까지 제 발목을 잡을 줄 몰랐습니다. 그때... 그거 다 뭐에 썼지... 책 사고 인강 사는 데 썼겠지 뭐... 내 친구는 자기 부모님 소송 인지송달료도 자기가 내고 있다는데 뭐... 공동인증서 발급비용 4,400원 정도야...
아무튼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았으면 그걸 가지고 전자소송까지 가입하자.
2. 지급명령신청서 작성하기
홈키파 사건과 내용만 다를 뿐, 지급명령 작성 방법 자체는 똑같다. 근데 내가 맨날 소장만 썼지, 지급명령신청서를 거의 안 써봐서 몰랐는데 지급명령은 입증방법을 안 넣어도 된다더라고?;; 그냥 서류심사만 해서 타당하면 지급명령을 내려주는 거라고 한다. 나는 사안을 설명하기 위해 중간에 합의서(상대방이 삼촌에게 왜 돈을 주기로 약정하게 되었는지, 언제 어떤 스케줄로 돈을 주기로 한 것인지 작성한 합의서 스캔본)만 첨부했다.
전자소송에서 지급명령신청서는 '민사 신청사건' 서류 탭에 있다. 들어가서 찾자.
여기서 실수한 건, '손해배상(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요즘 회사에 들어온 사건에 손해배상(기타) 사건이 하도 많아서 깜박했다(참고로 이 사건은 '약정금'이다. 갑과 을 사이에 돈 주기로 약속한 거니까).
위에서부터 간단히 보면, 소가는 소송가액을 말한다. 이 사건은 그냥 돈내놔 사건이고, 지연손해금 같은 걸 빼고 처음 문제되는 금액만 쓰면 된다. 소가는 인지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자세한 건 검색해보자(이것만 알아도 진행엔 문제가 없으니까). 제출법원은 채무자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 그 외에도 다른 법원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제출법원 아래에 설명이 있으니 읽어보자.
당사자기본정보란은 알아서 잘 작성하자. 참고로 채무자 주소지를 모르면... 지급명령신청을 할 게 아니라 소 제기로 바로 가야 한다. 지급명령결정이 난 후 집행 단계에서 주소를 보정하는 것은 가능한데, 그때도 안 되면 그냥 소제기 절차로 가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상대방이 주식회사라서 주소를 모를 리가 없으므로(등기부등본 떼면 나오니까) 지급명령으로 진행했다. 홈키파 사건도 상대방이랑 연락이 잘 되고, 집주인이니까 당연히 집주소를 아는 사이이니 그렇게 진행했던 거고. 채무자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 소송에서의 진행은 조금 달라지는데, 지급명령은 일단 송달할 수 있는 주소를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해야 한다. 알더라도 지급명령이 발령되고 난 후 채무자에게 송달이 안 되면 소송으로 가야 한다는 것 같다ㅠㅠ;
이제 본격적으로 뭘 써보자.
청구취지는 말 그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무얼 해주어야 하는지'를 쓰는 부분이다. '청구취지 주문' 부분은 저대로 쓰여 있고, 청구취지는 저대로 쓰면 된다. 이 사건은 소액의 금원을 구하는 건데,
1. 원금
2. 원금 중 일부에 대하여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약정한 대로의 이자(이 사건은 상사채권이라서 상법에 따라 6%로 작성했다), 그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12%의 각 비율에 의한...
3. 원금 중 나머지 일부에 대하여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이런 식으로.
인지액은 상당히 싸다. 애초에 이 사건의 소가가 싸기도 하지만, 소송에 비하면 훨씬 싸다.
청구원인은 그냥 저기에 타이핑해서 넣어도 된다. 나는 파일로 넣었는데, 저렇게 하지 않으면 입증방법을 넣기가 어려워서였다; 다음으로 넘어가면 '첨부서류' 탭이 나오긴 하는데, 여기에 넣는 것들은 위임장이나 채권자나 채무자가 법인인 경우 등기부등본 같은 것들이라서 여기에 넣기엔 딱히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여기 넣어도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여기 넣어도 입증방법으로서의 역할이 될지가 의문이었다). 알고보니 지급명령은 증거나 소명방법이 없어도 된다고 하더라고...
전술한 독촉절차의 취지에 의하여 지급명령은 채무자를 심문하거나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고 즉 채무자의 참여 없이 채권자의 주장만을 근거로 하여 발하게 된다(민소 467조). 또 채권자의 소명도 필요없음은 물론이다. 간혹 신청서에 계약서 약속어음 등 소명자료가 첨부되는 경우가 있는데 신청내용이 이들 서면의 기재와 부합하지 않는다 하여도 이를 문제삼을 필요가 전혀 없고 법원으로서는 신청에 표시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만에 의하여 지급명령을 발하면 된다.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III, 435면, 2014)
다시 찾아보니 없어도 되는 게 아닌 수준이 아니었군... 아무튼 나는 합의서는 첨부했었다. 뭐 넣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내가 직접 지급명령을 써서 신청해본 적은 없지만, 지급명령을 받아서 이의신청을 하거나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본 적은 있는데 그 상대방들은 항상 입증자료를 열심히 넣었었다.
아무튼 이렇게 지급명령신청은 다 했고, 일주일도 안 돼서 지급명령이 발령됐다. 어제 나온 거라 아직 채무자에게 송달도 안 됐다. 송달되면 저쪽에서는 이의신청을 하거나 그냥 2주가 지나게 둬서 확정이 되겠지? 일단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