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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Feb 15. 2024

바르셀로나의 찐로컬맛집 vs 유명인기맛집

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날은 바르셀로나 가기 전부터 미리 알아봤던 유명맛집과 현지에서 발견한 로컬맛집을 모두 가봤다.


여기에 나오는 식당 모두가 바르셀로나 라발지구의 핀초거리에 있어서 1분 이내로 이동이 가능했다.




Restaurant Bar Celona


이곳은 정말 합리적인 가격에 스페인 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 주시는 입구 쪽 모습
스페인 현지분위기가 나면서도 엄청 유니크하다. 저런 액자도 너무 스페인스러움. 정말 맘에 들어!


나이가 좀 있으신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이었고 엄청 친절하셨다. 그리고 영어를 굉장히 잘하신다.

내가 혼자 어리바리 들어갔는데 부인으로 보이는 분께서 세상 인자한 표정으로 메뉴 하나하나 정말 유창하게 영어로 설명을 해주셨다.



와,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너무 유창해서 못 알아먹겠다.(두둥)

귀를 때리는 영어 듣기 평가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진다.(~_~)

난 오른쪽에 11.5유로라고 적혀있는 메뉴판이 식당밖에도 걸려있어서 그걸 보고 들어왔었다.

저것이 바로 스페인 메뉴델리아라는 걸 이때 처음 알게 됐다.

애피타이저+메인요리+디저트까지 해서 저렴하게 파는 코스요리를 메뉴델리아라고 한다.

한국의 런치세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난 이때까지 메뉴델리아를 몰랐고, 미술관에서 한참 서있다가 온 뒤라 너무 힘들어서 좀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미리 주신 식전빵만 먹으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랬더니 여자 사장님께서 나를 질질 끌고 메뉴판 앞으로 가신다.

다시 또 유창한 영어 설명이 시작되고... 집중집중!


알고 보니 애피타이저, 메인메뉴, 디저트도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메뉴판을 보고 그걸 골라야 하는데, 내가 그걸 잘 못 알아듣고 앉아만 있었던 거였다.

애피타이저 초이스원, 메인디쉬 초이스 원 했으면 바로 알아들었을 텐데.(하하. 심플 is 베스트!)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무난해 보이는 메뉴로 주문을 했다.


애피타이저로는 마요네즈샐러드, 디저트는 까탈루냐크림, 메인메뉴는 소고기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스테이크의 소고기가 엄청 부드럽고 감자튀김도 맛있었는데, 소스가 내 입맛엔 살짝 맞지 않았다.

하지만 따뜻한 차까지 해서 11.5유로를 받았으니 정말 가성비가 좋은 훌륭한 맛집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집밥을 파는 동네 찐맛집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스페인 가정식은 이렇겠구나 싶어서 색다른 맛의 경험이었다.

메뉴가 그날그날 바뀐다는 걸 알고 나니, 맛집천국 바르셀로나에서 한 번 더 올까 고민이 될 정도로 정말 괜찮은 식당이었다.





퀴멧퀴멧(Quimet & Quimet)


메뉴델리아를 먹었던 식당 Celona 바로 앞에는 퀴멧퀴멧이라는 꽤 유명한 타파스맛집이 있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정말 코앞이다.

퀴멧퀴멧은 한국에서부터 꼭 가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Celona에서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10초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퀴멧퀴멧으로 바로 들어갔다.


외관부터 뭔가 오래된 것 같은 맛집스멜이 풍겨온다. 너무 궁금해진다. 악, 기대돼!

이 식당에서 가장 독특했던 건 서서 먹는 스텐딩시스템이라는 점이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고 저녁시간엔 밖에 줄을 설정도로 꽤 알려진 맛집이다.

들어가자마자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정말 작은 식당인데 층고가 높아서 답답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미리 알아보고 간 인기 메뉴 중 타파스 두 개를 주문했으며, 술은 직원에게 달콤한 와인을 추천해 달랬더니 푸릇 와인을 골라줘서 그걸로 시켰다.

이렇게 해서 15.5유로 정도가 나왔다.

왼쪽에 연어와 요거트, 꿀이 올려진 타파스는 제일 인기 있는 베스트메뉴였고 정말 맛있었다. 재료사서 집에서 만들어먹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오른쪽에 새우가 올라간 타파스도 괜찮았다. 타파스 두 개 모두 맨 밑에 있는 바게트가 칼로 자르다가 튕겨져 나갈 것처럼 정말 바삭했다.

점심을 먹고 배가 부른 상태였는데도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맛있는 곳이었다.





Pincho.j


저녁에는 바르셀로나 여행 유튜버 '바르셀로나 사는 콤마'님이 추천해 주신 핀초집에 방문했다.

이곳은 일단 가격이 너무 저렴하고 분위기가 좋다.

콤마님 덕분에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건지 한국사람들이 꽤 많았다.

옆에서 자꾸 한국말이 들리니까 안 듣고 싶어도 듣게 된다.(하하.)

핀초에 꽂힌 막대기 색깔로 금액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가지런한 핀초들 덕분에 눈이 즐겁다.

핀초 앞에 숫자가 쓰여있고 종이에 숫자를 써서 주면 해당 핀초를 꺼내서 준다.

배가 불러서 고심 끝에 핀초 두 개를 골랐고, 레몬맥주 끌라라를 시켰다.

대구가 올라간 것과 오징어가 올라간 걸 골랐는데, 대구는 좀 퍽퍽했고 오징어는 달달한 소스와 어우러져서 맛있었다.

내 옆에서 한국인 여자 두 분이 오징어랑 대구 중에 뭘 먹을까 고민하시길래 '오징어가 더 맛있어요. 대구는 좀 퍽퍽해요.' 하고 귀띔을 해줬다. (나 원래 오지라퍼 아닌데 너무 들리게 고민하시길래. 하핫.)

꼭 와보세요 할 정도로 엄청난 맛집은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분위기 내기에 나쁘지 않았던 곳이다.









이날 갔던 곳은 전반적으로 다 만족스러웠고, 나름대로의 매력과 장단점이 있었다.

미리 알아보고 갔던 유명맛집을 경험해 보는 설렘과 현지에서 동네맛집을 찾는 재미,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미식여행의 즐거움이다.


음, 기대보다 괜찮네. 역시 예상대로  맛있네.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네. 여기 의외로 훌륭한데?


내가 직접 방문해서 경험해 봤기에 나만의 느낌과 추억을 갖게 된다. 나는 이래서 여행이 좋다. 직접 보고 듣고 맛보며 경험하는 순간,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기대와 궁금증이 해결되면서 온전히 나만의 의미를 갖게 되니 말이다.


유명 맛집이 생각과 다르게 내 입맛엔 안 맞을 수 있고, 그냥 지나가다 알게 된 곳이 의외로 내게 잘 맞는 맛집인 경우도 많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느끼기 전까지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정말 나와 맞는지는 명확히 알 수가 없다.


이런 의외성은 깜짝 파티처럼 펼쳐지며 숨겨진 깜짝 선물을 내게 안겨준다. 아무리 칼같이 계획을 세워도 절대 딱딱 맞아떨어질 수 없으며 항상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계속 만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삶과 정말 닮아있고, 우리가 삶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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