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버스턴 (Galveston, 2019)
브런치무비패스 #16
감독 멜라니 로랑
주연 벤포스터, 엘르패닝
요약
자신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으며 밑바닥 하류 인생을 살고 있는 '로이'. 가진 것이 몸 뿐인, 하나 남은 몸을 팔며 어떻게든 살아가는 '록키'. 그들은 인생이 끝날 것 같은 지옥같은 상황에서 마주한다. 로이는 아직 젊은 록키의 삶이 제 자리를 찾기를 바라며 그녀와의 동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록키가 목숨걸고 데려온 그녀의 여동생 티파니까지 합류하여 그들은 지상낙원 '갤버스턴'으로 향한다.
감상 (*스포있음)
갤버스턴이라는 신기루
영화 전체적으로 내용도 어둡고, 화면도 아주 어둡다. 무척 차갑고 영화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 느낌까지 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로이와 록키의 불행이 내 몸 여기저기 스며든 것 같아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 와중 유일하게 밝은 순간은 그들이 갤버스턴에 있을 때 뿐이다. 반짝이는 바닷가와 청량한 수영장의 풍경, 그리고 언제 어두운 삶을 살았냐는 듯 웃음을 보이고 물속으로 빠져드는 록키의 모습은 너무나 평안하고 아름답기에 어린 나이에 그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더 슬퍼보이게 한다. 늘 날이 서있는 로이도 잠시나마 갤버스턴에서는 그 칼날을 내려놓는다. 로이에게도 갤버스턴은 아름다운 젊은 날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다. 하지만 갤버스턴에서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차가운 세상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누린 잔인한 선물이었을 뿐이다. 한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그들이 온몸으로 얻어낸 그 짧은 행복의 순간이 순수한 록키 동생 티파니의 기억에 각인되었다는 것이겠지.
인생은 너무나 '경제적' 이라서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계속 고통과 불행을 더하고, 부유하고 가진 사람에게는 끝없이 불어나는 풍요를 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라 가난한 자의 성공 스토리가, 부자의 쪽박차는 스토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겠지. 갤버스턴은 마치 불행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슬쩍 고개 내민 밝은 미래라는 신기루였을지 모른다. 자신이 소유할 수 없기에 에어비앤비에서 잠시 빌린 남의 펜트하우스처럼 잠시 빌린 행복같은 것. 하지만 그 행복의 렌트 기간이 만료되고 나서 돌아온 현실은 어쩐지 더 잔인해져 버렸다. 그리고 '네 주제에 그런 행복과 평온함을 누리려 했냐'는 듯 찾아온 잔인한 세상 앞에 인간은 무기력하게 무너져 버리고 만다. 서로의 행복을 찾아주려 했던 로이와 록키의 작고 착한 바램은 무참히 짓밟혀 버린다. 마치 세상은 원래 그런거라고, 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은 부리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 중에 유일하게 예쁘게 남은건 서로를 위하는 사랑의 감정이 '있었다'는 것과 그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한 '티파니'라는 핏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