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잊고 있던 추억이 번뜩!
결혼식을 올릴 당시 남편과 약속했다.
"매 해 결혼기념일마다 여행을 다니자"
결혼 1주년.
임신이라는 겹경사로 태교여행 겸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해양스포츠로 가득 채웠던 오키나와 여행계획표는 임신 덕분에 느긋한 휴양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년도 있으니까~~!
결혼 2주년.
7개월 된 아이들(하나도 아닌 둘)을 데리고 해외여행이라니,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
결혼 3-4주년.
코로나19로 해외는커녕 애들 어린이집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그렇게 결혼기념일을 추억하자는 우리의 약속은 잊혀 가고 있었는데, 하루는 아이가 와서 묻는다.
"엄마, 베트남이 뭐야? 00 이는 베트남에 가서 오늘 어린이집에 못 왔대!"
그날을 시작으로 해외여행이 뭔지도 모르는 애들이 본인들도 베트남에 가고 싶다며 아우성이다. 맞벌이로 함께 휴가를 가지기가 쉽지 않았기에 일단 으름장을 놓아본다.
"너 엄청 더운데 계속 걸어 다닐 수 있어? 조금만 걸어도 다리 아프다고 하잖아. 그런 애기들은 해외여행 못 가! 비행기도 5시간이나 타야 해. 너 10분만 차 타고 가도 언제 도착하냐고 그러잖아. 비행기에서는 울거나 떼써도 안되거든. 우리 가족만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이 타는 거라서 조용히 해야 해. 밥도 스스로 씩씩하게 잘 먹어야 하고 처음 보는 음식도 엄청 많을 거야. 그거 다 먹을 수 있어?"
다 할 수 있단다.
'퍽이나! 웃기지도 않아, 정말!'
그런데 그렇게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과 해외여행이라니, 몸속에 흐르는 피가 살짝 따뜻해진 기분이다.
분명 나는 해외여행에 가서도 아이들에게 화를 낼 것이고, 남편과 의견차이로 다툴 것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재우고 핸드폰을 켠다. 스카이스캐너 어플에 접속해서 항공권이 얼마인지 슬쩍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