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를 보네.

9. 하지만, 오히려 좋아.

by B쁠 엄마

여행의 공식적 둘째날 아침.


한시장에 빠져버린 남편은 아이들 없이 혼자서 다녀오겠다며 아침 일찍부터 홀로 한시장으로 떠났다. 이럴 때 보면 참 얄밉다. 아빠와의 이별이 마냥 쉬운 아이들 덕분에 아빠는 늘 쉽게 자유를 찾는다. 남편은 그렇게 쉽게 찾은 자유시간 동안 한시장에서 신나게 쇼핑을 하고 코코넛커피까지 즐기는 여유를 가진다. 남의 속도 모르는 이 남편은 코코넛 커피를 마시며 인증샷까지 보내온다. 그냥저냥 먹어줄 만 하다며..! 나는 애들 붙잡아가며 아침을 먹이고 있는데 이 여유로운 인증샷은 뭐지? 갈등을 유발하고 싶다는 뜻인가?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을 망치고싶지 않기에 최대한 다정한 답장을 보내둔다.

맛있게 먹고 시간 늦지 않게 빨.리. 와 ^^


그 동안 나는 아이들과 함께 조식을 먹고 숙소를 정리한다. 오늘은 호이안으로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얼른 나가서 놀자며 들들 볶는 아이들을 설득해가며 홀로 짐정리를 하다보니 괜히 심술이 난다. 나도 짐정리 말고 '나 홀로 쇼핑'이 하고싶었다. 분명 동남아를 여행지로 선택할 때는 '휴양'이 목적일텐데 어쩐지 나는 베트남에 발을 디딘 이후 마음이 편안했던 순간이 없었다. 예약을 확인하고, 다음 목적지를 결정하고, 구글맵을 들여다보면서 여행 내내 불안과 긴장이 함께 했다. 그나마 여행이 계획대로 흘러간 덕분에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홀로 나갔던 남편이 약간 늦게 돌아오긴 했지만, 일정상 문제는 없었기에 큰 트러블 없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4박6일의 베트남 여행 기간 동안 호이안을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특유의 분위기와 남호이안에 위치한 빈원더스(대규모 테마파크) 때문에 결국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차량으로 약 1시간 가량을 이동해야하기에 픽업이 되는 호이안 마사지샵을 예약해뒀고, 덕분에 교통비를 절약하며 편안하게 호이안에 도착했다.



스크린샷 2025-02-28 230953.png




겨우 차로 1시간 거리인데 다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뜨거운 햇볕과 함께 마주한 호이안은 시골의 유명한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났다. 이국적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도착하자마자 예약했던 마사지샵에서 피로부터 풀었다.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는 다 이유를 다시 한 번 느꼈다. 대성통곡으로 오열했던 첫 번째 마사지와는 다르게, 나름 경력이 있어서인지 편안히 탈의하고 자연스럽게 손길을 즐기는 아이들이 대견하면서도 우스웠다. 이것도 경력이라고 꽤나 자연스러워보였다.



스크린샷 2025-02-28 231307.png




호이안에 예약한 숙소는 호텔이 아닌 홈스테이였다. 작은 수영장이 딸린 숙소였고, 1일1수영을 계획했기에 바로 수영부터 즐겼다. 너무 더운 날씨였기에 시원하게 물놀이하면서 낮시간을 보내고 해가 천천히 질때쯤 올드타운으로 슬슬 걸어갔다.


해가 지면서 머리위에 달려있던 등에는 하나 둘 불이 켜졌고, 이색적인 분위기에 기분 좋게 취할 무렵 엄청난 인파와 마주해야했다. 더운 낮 시간에 처음 만난 호이안은 고즈넉한 시골인 줄 알았는데, 밤이 되니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베트남 현지인들에게도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저녁에는 거의 줄을 서서 다녀야했다. 거기다 한 걸음 마다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이어지면서 점점 피로가 쌓였다. 키가 작은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 곳이었다. 잠시라도 손을 놓치면 내 아이가 인파 속으로 쏙 하고 휩쓸려 없어질 것 같았다.


긴장을 풀고 기분전환도 할 겸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작은 구멍가게에 들렀고, 우리는 거기서 결국, 피를 봤다.



스크린샷 2025-02-28 231500.png




아이들은 서로 먼저 고르겠다며 냉동실 문을 열고 닫다가 한 아이 손가락이 끼어버렸다. 많이 아팠는지 귀가 찢어지는듯한 비명을 질러댔다. 손가락에서는 피가 약간 나고 있었지만, 큰 부상이 아니었기에 달래주면 괜찮아질 것으로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오진이었다. 달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진단은 평상시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여행으로 피로가 많이 쌓인 시점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간과했고 꽤나 무거운 책임을 져야했다. 목청 좋게 울어대는 아이를 30분이 넘도록 안고 달랬지만 멈추지 않았고, 계획에 없던 부상으로 나의 폭탄도 터져버렸다.


그만 울어!!!!


저녁식사까지 먹고 귀가하는 게 계획이었지만, 이미 터진 폭탄에 계획이고 뭐고 없었다. 그 와중에 다치지 않은 아이 한 명은 불만이 많은 얼굴이다. 아이스크림도 못 먹고, 우는 애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하필이면 근처에 에어바운스가 보였다), 엄마는 화가 났으니 불만일 법도 하다. 그렇게 터진 폭탄 상태로 숙소로 돌아갔다.


계획에 없던 귀가, 계획에 없던 배달음식, 계획에 없던 취침까지.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는데, 그렇게 모든 게 틀어지고 나니 마음의 평안이 찾아왔다.


아이는 다친 곳이 아파서가 아니라 피곤해서 울음이 길었던거였고, 숙소로 돌아와 편안하게 해주니 금방 괜찮아졌다.


연이은 색다른 메뉴 도전도 즐거웠지만, 익숙하게 배달시킨 한식은 배부르고 안락했다.


호이안의 이국적 야경을 맘껏 즐기지는 못했지만, 빠른 취침 덕분에 에너지 충전도 확실했다.



쉽게 짜증내는 아이들에게 훈육할 때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하라고 타이르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음을 반성하며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사과를 건낸다. 다행히 아이들은 군소리 없이 내 사과를 받아준다. 이럴 때 보면 나보다 훨씬 그릇이 크다.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흘러갈 때 오는 안정감
VS
예기치 못한 순간 찾아오는 짜릿함



나는 항상 안정감을 선택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면 언제나 예기치 못한 짜릿함이 찾아온다. 안정감과 짜릿함을 모두 얻은 하루라니..! 덕분에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다.





**아이와 함께 다낭여행 TIP**

1.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이동할 때는 픽업이 가능한 마사지샵을 알아보자!

다낭 시내에서 호이안까지 차량으로 약 1시간 가량 이동이 필요하다. 유용한 교통수단인 그랩 택시를 이용해도 되지만, 픽업 서비스가 가능한 마사지샵을 예약해두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그렇게 큰 돈이 아닐지라도, 이렇게 아끼면 짜릿하다.


2. 호이안 현지 숙소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찐맛집 리스트!

여러 맛집을 소개해주셨는데, 그 중 맛있었던 곳만 소개해본다. 아래 PDF파일 참조 :)


3. 호이안을 우습게 보지 말라.

저녁은 정말 많이 붐빈다. 이색적 분위기에서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아침 이른 시간을 노리자. 올드타운에서 대여해주는 자전거를 타면 시원한 아침 바람- 찬 바람-도 즐길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겁쟁이는 겁쟁이를 낳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