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을 부유하는 감정과 단상, 엉킨 고민, 막막한 숨들을 조금 풀어놓은 채로 내일을 맞고 싶어서. 결국 사는 거에 대한 이야기다. 내 모든 이야기들은, 정의, 생태, 평등, 진보, 전환의 탈을 쓰고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사는 거에 대한 이야기다.
뭐라도 해보자 하고 시작했던 일들이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나를 살리자 했던 일들이 나를 갉아먹고, 지치게 하고, 늘 풀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고자 해서 했던 일들에 의미와 감동을 충분히 느끼며 이어나갈 수는 없는 걸까. 활동가, 라는 이름에 뒤따라오는 책임과 일과 압박이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를 소진시킨다. 번-아웃.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방황 중인 것 같다.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한 치도 가벼워질 수 없다. 멸종에 대한 이야기고, 우리가 살아왔던 존립방식‧존재방식의 전부에 대한 이야기이고, 수많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위기를 말할 때에 있어 입가에 미소 한 점 지을 수 없다. 진득하게 우울하게 슬픔과 분노에 푹 젖어 있으려 한다.
하지만 삶은 가벼워야 하지 않겠는가. 죽을 상으로 걸어다니면 굴러올 복도 도망간다고, 즐겁고 신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행복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길은 아름답고 신나야 하지 않겠는가. 무거운 고민을 이고 있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환하게 웃고 싶다.
세상이 빠름, 성장, 경쟁, 효율의 가치를 추구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다른 세상을 꿈꾸고 만드는 길은 느림, 성숙, 협력, 공생의 가치여야 하지 않을까. 나는 자꾸 나의 탁월함과 강함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어하고, 지금껏 잊혀져왔던 중요한 가치들을 되새기는 일을 자꾸 잊어버린다. 나의 부족함과 미진함에 대해서는,
그래도, 돌아보면 어찌나 감사한지. 벅찬지. 새로움을 만들어가고, 고민들을 나누어 변화의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늘 맘이 싱숭생숭하다. 고맙고. 또 고맙고.
반향은 나중에야 알 수 있겠지, 파동은 지금도 퍼지고 있는 중이겠지. 매 순간 부질 없다 의미 없다 여겼던 획들은 그어지고 이어져 한 권의 책이 되겠지.
소회는 일단 여기서 반점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