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 토지공개념, 커먼즈-커머닝, 지오멘탈리티를 통하여. 최종보고서
길게 끌고 왔던 연구들을 하나하나 갈무리 하고 있다. 일주일 전 마침표를 찍은 기후X주거 연구보고서를 공유.
기후정의, 토지공개념, 커먼즈-커머닝, 지오멘탈리티의 네 전환 담론을 소개하고, 김혜미(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 남기업(토지+자유연구소장), 안새롬(솔방울 커머너), 박순열(도시재생연구소장) 선생님과 대담을 실었다. 아무래도 글도 글이지만 나눈 이야기가 맛집이구나 싶다.
기후X주거 혹은 하늘(기후)과 땅(토지)을 잇는 작업은 중요하지만 길을 잃기가 쉬웠다. 다만 중요한 언어들과 가능성들은 많이 (다소 두서가 없더라도) 남겨놓지 않았을까 위안을 삼아 본다. 기후정의와 토지정의를 연결하는 지점, 헨리 조지의 이론을 녹색 지평으로 확대하는 작업, 늘 빠져있는 주체(커머너)의 문제, 땅과 집을 비롯 토지-주거문제를 보는 시선의 섬세화와 멘탈리티의 유형화 등 일단 다리는 놨으니 닦는 것은 계속해나갈 일이다.
나는 지오멘탈리티(토지관, 땅을 보는 마음틀) 개념을 소개하고 원용해서 적용-확장하려는 시도를 해보았다. 부동산 투기, 그린벨트 해제를 비롯 각종 개발, 남반구 땅뺏기(Land grabbing)등 각종 토지-주거문제를 지오멘탈리티에 따라 분류해, 투기적, 토건적, 수탈적 지오멘탈리티로 이름 붙이고, 이에 기반해 민주적, 생태적, 세계적(행성적) 가치지향성으로 지오멘탈리티를 요청해 보았다. 그렇지만 선행연구도 거의 없었고, 충분한 근거보다 상상력에 초점을 두다 보니 이게 연구인지 상상화인지 그런 걱정이 많았다.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아, 아마 다음 연구는, 이 작업을 바탕으로 토지문제 -도시재생이나 젠트리피케이션, 혹은 이번 신공항-지리산 산악열차 개발, 혹은 한국 기업의 토지수탈(대우-마다카스카르, 포스코 코린도의 팜유 플랜테이션 과정에서의 수탈)의 한가운데서 지오멘탈리티를 활용해 실증연구를 도전해보지 싶다.
나는 이 기회로 박순열 선생님과 윤홍기 교수님과 메일을 여러 번 주고받았는데, 생태시티즌쉽 작업을 하고 계시는 박순열 선생님의 (정말 날카롭고 탄탄한) 피드백과, 지오멘탈리티를 처음 이론화하신 윤홍기 교수님의 격려와 칭찬이 참 감사했다. 만남이 고대된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는 와중에, 결국 토지문제(전세난, 홈리스, 주거불평등, 높은 임대료)가 사회적 위기의 핵심이 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문제가 토지문제와 만났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역 앞에 가보면 역병과 이상기후로 위험한 이 시기에 유독 갈 곳을 잃은 노인이 많다. 넓게는 코로나로 경제가 얼어붙었다며 공항에 산악열차에 신산업단지, 새 기차 노선, 그리고 석탄발전소 토건-개발에 힘이 쏠리는 듯하다.
지금은 이게 하늘-땅의 문제로 같은 궤로 보이는 듯하다. 이럴 때 기후정의와 토지정의를 함께 말할 가능성이 생긴다. 예컨대 삼척(강릉, 고성, 서천에도 새로 지어지고 있다)에 지어지는 석탄발전소는 매해 1,300만톤(그린뉴딜의 5년 감축분이다)의 온실가스로 기후위기를 심대하게 가속화할 뿐 아니라, 인근 땅(맹방해변을 포함해 반경 10Km의 거주지, 농지)을 못 쓰게 만듦과 더불어 그 위에 있는 지역 공동체도 파괴한다. 이것은 또한 (서울에서 쓸 전기를 삼척에서 끌어오는)지역 불평등이라는 토지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석탄발전소를 막아 미래의 위협을 막는 것과, 맹방해변과 인근 생태계를 보존하고 지역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이 어찌 다른 문제겠나. 이는 또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동시에 막는다는 (원래) 그린뉴딜의 기획이기도, 지구한계 내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도넛경제의 방향이기도 하다. 연구를 하면서 정책으로 토지세-탄소세 연동형 모델 수립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한편, 연구팀은 처음 꾸려봤다. 홀로 글을 쓰는 것보다 몇 배 많은 품이 들고, 시간을 맞추고, 멘탈과 마음을 챙기고 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코로나가 심해지며 만나지 못한 마지막 한 달은 이래저래 힘이 들었다. 다만 혼자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같이는 어렴풋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함께한 시원, 나경 하연에게 수고했다고 조금 늦은 말을 전한다. 이만 다음 연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