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쾌한 상담 시간이었다. 자주, 들어갈 때는 마음이 복잡하고 무거운데, 나올 때는 개운하고 후련하다. 그런 분위기 전환이 나를 자주 이 곳으로 발걸음 하게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주문해놓고 상담소 공원 옆에서 잠시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 어찌 이리 날이 좋은지, 참 신기하다. 맑은 하늘은 늘 신기한 기분을 함께 동행한다. 이번주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 앞으로 밀렸던 것은, 내가 주목하고 집중하고 싶은 내 마음이 있는 까닭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앞에 있는 놀이터에, 2명까지만 탈 수 있는 그네에 아이들이 4명이나 신나게 타고 있다. 그 유년 시절들이 나에게도 있었고, 엄마와 아빠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글로 정리해보았던, 나의 기억의 망각과 수행되지 않은(undone) 무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듯 썼지만, 실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다.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사람이 너무 아픈 순간들을 잊는 것은 자연스러운 작용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어떤 순간들에 영향을 받아서 다음으로 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어떤 면에서 너무 괴로워 할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이 어떤 순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리고 좀 더 나를 객관화하고 돌아보고 싶었던 어떤 것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이유를 찾으려는 나의 관성이, 필요하지만,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 좀 편하게 먹자. 이제부터는 상담에서 좀 더 상세하게 나의 어떤 순간들에 대해서 다뤄가려고 한다. 상담사님은 내게 생각하기 보다 좀 더 느껴보면 어떨까 제안해 주셨다. 평소에 생각에 방점이 많으므로, 느끼는데 집중하면 어떨까 제안해 주셨다. 그게 나에게 필요한 어떤 것일 수 있겠다. 이제 다시 이 편한 마음을 가지고 다음으로 살아갈 때다. 뭔가 미뤄왔던 수많은 것들을 이제는 하나하나 짚고 만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 기분을 잊지 말자. 꿈도 기록하면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정리하고 싶어하는 어떤 순간들과 기억들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계들과, 무언가를 못하고 미루고 늦어지는 어떤 과정들, 꿈을 까먹고 기억을 선명하게 하지 못하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의 나는 그 연결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작업을 해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