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의 마지막 날이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와서 짧은 낮잠을 잤다. 공간과 사람은 인연을 맺는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정이 이렇게 남아있다. 학교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작년까지 간식거리가 되어주었던 토스트 집이 사라졌다. 울창하게 큰 느티나무는 사라지고 없고 작은 꼬마 나무가 그래도 잘 자라고 있다. 만 8년, 시간은 어느새가 되어 추억만 남기고 헤아릴 길이 없다. 그저 그런 것이다. 소중했던 기억들은 저마다의 기억과 사정으로 흘러가고 지금 여기 그 시간이 쌓인 장소가 남는다. 공간이란 그렇게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버린다.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있는다. 그 공간을 존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을 기록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왜 슬픔이 더 기록하기가 쉬운 것일까. 행복한 순간은 찰나와 같아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스르륵 사라지고, 아깝기만 하다. 작은 인연, 깊은 만남, 그렇게 그렇게 하나하나 덧씌워지는 아름다움들은 깨어나면 사라질 꿈처럼 약하다. 더 이상 이 도서관에서 햇살을 받으면서 깨어날 소중한 날이 내게 쉽사리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내일은 꼭 아침 아홉 시에 도서관이 문을 열 때 와야지 하는 다짐을 할 날도, 벌써 닫을 시간이 되었네 오늘은 뭘 했지 하고 작은 걱정을 안고 돌아가는 날도, 너무나도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와 마주치는 날도, 약속을 잡아놓고 시간 가는 설렘에 할 일은 뒷전인 날도... 어찌 보면 나는 달라진 게 없다. 밖의 모습이 좀 달라졌겠지만, 안의 내가 그렇게 달라졌을까. 수염이 좀 나고, 총기가 좀 사라지고, 좀 태연해진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시작하는 건 좀 피곤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지금 이 정도에서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시간들을 좀 더 깊이 기억하고 느끼고 싶다. 맛 좋은 음식을 한 입 한 입 깊게 음미하는 것처럼, 지나가고 있는 흘러가고 있는 시간들을 충분히 깊이 음미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는 건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