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0. 끄적임

by 노마 장윤석

여기에 온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이곳을 평창이라고 부르든, 오대산이라고 부르든, 월정사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나는 인연이 닿아 흘러흘러 여기에 와 살고 있다. 살아가고 있다. 그 점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색다른 이유 있이 공기 좋고 물 좋고 산 좋고 나무 좋은 이곳에서 하루 또 하루 흐르듯 있다. 이 있음이 참 좋다. 얼마나 이곳에 머물게 될까. 짧으면 반년일 것이다. 길면 일년일 것이다. 더 길면 삼년일 것이다. 그보다 더 길면 이 인연은 한평생일 것이다. 생명은 공간과 인연을 맺는다. 또한 공간도 생명과 인연을 맺는다. 관계는 쌍방이고 인연도 쌍방이다. 서로 연결된 그 무언가에서, 그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도. 나는 그 펼쳐짐이 설렌다. 기쁘다. 기대된다. 험난한 시국도, 어지러운 세상도, 복잡한 관계망도 모두 벗어던지고 – 그러나 계속 생각하고 곱씹고 아프고 혼란해 하면서 – 이곳에 왔다.

한없이 펼쳐진 숲, 눈이 가득 쌓인 전나무들이 우리를 환대해주고 있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착각일까. 나는 착각이 아니라고 믿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2.28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