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30. 집으로 가는 길
기록을 꾸준히 남긴다는 건 늘 쉽지 않은 것 같다. 꼭 남겨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든다. 인류학도가 되기로 하면서 성실하게 필드노트를 남기는 습관을 들이려고 했는데 막상 바삐 돌아가는 일정과, 깊고 기쁜 만남들 사이에서 툭 툭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수많은 이야기가 가슴속에 가득차 있다. 너무 무겁게 여기지 않아야 마음을 풀어낼 수 있을 거다. 집으로 돌아가며, 이제 이 일련의 여정을 반추하며 소화해내고 다스려가려고 한다. 나는 앞으로 많은 글들을 써내려가겠지만 일기와, 블로그 글, 에세이와 연구노트를 계속 헷갈릴 것 같다. 그게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렇게 얽히고 합쳐져 있기 때문에 내가 보고 살필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다. 그것에 대한 믿음을 꾹 가지고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면 조금은 알뜰하고 살뜰한 이야기를 하게 되려나.
꼭 이주 전, 기차를 타고 평창에서 시작해 동해에서 일본행 배를 탔었다. 어제 김해에서 기차를 타고 삼척에 왔다가 이제 다음 역이면 다시 평창이다. 그 사이 히로시마 이바라키 후쿠시마 김해 삼척의 여정이 있었고 수많은 깊고 기쁜 만남이 있었다. 돌고 도는 시간들 속에서 언젠가 이 시간을 내가 어떻게 기억하게 될 지 궁금하다. 화두는 분명하게 - 아주 분명히 - 재연결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분명하다. 왜 나누어서 생각하는가. 내가 살피고 싶은 ‘것’도 분명하다. 마음이다. 생명이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무언가다. 살피고 싶은 것도 분명하다. 생태다. 삶의 모양, 생태. 여러 시공간 사이에 얼기설기 존재하는 그물망, 그 연결 속에서 한 생명으로서 나 이전의, 나 이후의 생명을, 당신을 본다.
후쿠시마에서 있었던 비극이 15주년이 되어간다. 그 시공간에 있을 때 기후를 앞에 걸고 새로 핵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이어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를 보았다. 나는 다시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