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해갈이글 (二)

by 노마 장윤석

해갈이가 시작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간다. 이제는 해갈이의 마음을 놓아주고, 이미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올해에 마음을 둘 때가 온 것 같다.


해갈이 가운데에서 오랜만에 소중한 친구들과 안부를 나누었는데, 우리의 주된 마음이 어떤 막막함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혹은 왜 해야 할까. 슬슬 서른 즈음에 들어선 (혹은 넘어선) 우리들이 겪는 마음의 모양이 대체로 비슷한 모양새인 것 같다.


물론 저마다 겪는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기후활동가, 퀴어와 병역거부자 등 다채로운 정체성 이야기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평안을 교란하는 이야기는 많고 많다. 친구 하나는 해고의 설움을 겪고 있다고, 다른 친구 하나는 약을 늘려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또 다른 친구 하나는 일터가 너무 답답하다고 속상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에 정말 속상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이 몇 자 적는 지금은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강 물줄기를 틀어막아 수많은 송어를 죽이는 축제라는 이름의 비극 곁에 있다.)


어떤 속상한 이야기는 나의 위치성과 시야를 바꾼다. 난 이번에 두 번째로 후쿠시마를 다녀와 저번주에 돌아왔다. 애당초 병무청에서 미복무 남성에 대한 '부득이한 사유 없는' 국외여행 허가를 내주지 않아 못 갈 뻔했고, 외교부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이 여행경보 3단계라고 긴요한 용무가 아니면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어렵사리 찾아간 그 시공간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과 생각을 만나고, 돌아오니 노후 원전 수명연장에 신규 원전 2기와 SMR이 강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 비극으로부터 15년이 되어가는데 후쿠시마와 우리와의 연결은 끊어져버린 것 같다. 아니, 애당초 연결은 되어있었던가. 왜 많은 비극은 시간의 흐름에 속절없이 잊히는가. 핵도 기후도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이 문명 이 사회의 일상에서는 여겨지는 것일 테다.


나는 정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너의 이야기를 나와 분리된, 끊켜버린 이야기로 여기고 살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명과 사회 안에 살아가는 삶의 모양들 - 즉, 생태를 - 을 함께 다시 이어 붙이는 이야기를 하고 짓고 싶다. 더 이상 미친 것 마냥 기후위기라고 긴급한 마음으로 울고불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와 당신이 서 있는 이 시공간이 얼마나 기괴한가(동시에 연결될 때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누고 싶다. 나는 앞으로 생태를 (연결된) 삶들의 모양으로 설명하게 될 것 같다. 우리의 생태, 마음의 생태를 살피는 것만이 너무나 혼란스러운 이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끊어져있는 이야기들을 잇는 것, 재연결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한동안 매 해 후쿠시마로 가게 될 것 같다. 이것이 그곳의 비극을 연구하는 것인지, 이 나라의 비극을 예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시간과 공간이 나를 부른다면 유영하듯 힘을 빼고 흘러가기로 했다.


다소 난잡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삶과 일상의 이야기는 그렇게 이상적이고 낭만적일 리가 없다. 이 길고도 가까운 여정에서 만난 수많은 얼굴들이 살고 있는 삶은 나쁘다 좋다 위험하다 안전하다 잘못됐다 잘됐다 이런 식의 단순한 이분법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삶에는 잘이고 못이고 같은 게 없다. 그저 나서 살아갈 뿐이고, 너무나 유한하여 수많은 실수와 과오를 반복하고, 망각이라는 저주와 축복 속에서 잊고 말 뿐이다. 내가 앞으로 이리저리 짓고 엮어갈 이야기들이, 다른 길을 만들고 보일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어쩌다 보니 Hello Mr. My Yesterday라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어디선가 흘러와 우연히 듣고 있는 코난의 주제가 중 한 곡인데 가사가 와닿는다. 와닿는 문장들을 전해주고 싶다. 나와 친구들의 속상한 이야기에 작은 응답이 되면 좋겠다.


夢を語る者よ

꿈을 말하는 이여

アナタの瞳メに 明日の僕のことは映ってますか?

너의 눈에는 내일의 내가 비춰지고 있니?

過去は此処にはない先を見たい

과거는 여기에는 없어 앞을 보고 싶어

さぁ自分次第

자기하기 나름이지

希望と憂鬱との

희망과 우울과의

配合バランス失くしてから

밸런스를 잃어버린지

もうどれくらいだろう

얼마나 지난 걸까

10年後に 僕だったアナタは笑えてますか?

10년 후에 나였던 너는 웃을 수 있을까?

朝がやって来るたび 僕が僕で

아침이 찾아올 때마다 내가 나여서

良かったと誇れるそんな日まで

다행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그런 날까지

両の手 離さずに信じて欲しい

양손을 놓지 않고 믿어주기를 바라

擦れ違う僕等は何処へゆくの?

엇갈린 우리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夢叶うその瞬ト間キに迎えにゆくよ”

꿈을 이루는 그 순간에 맞이하러 갈게

いつか ありのまま 逢う日まで

언젠가 있는 그대로 만날 날까지

Hello Mr. my 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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