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의 호출
상담실에서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과장님과 마주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았고,
그녀의 숨소리는 내 귓가에까지 와닿았다.
상담실이 좁은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좁은 걸까.
어색한 공기의 흐름을 깬 건 과장님이었다.
“휴가를 길게 냈던데, 무슨 일 있어?”
나는 힘없이 시선을 떨구었다.
나는 회사에서 나이로나 직급으로나 중간 정도의 위치이다.
나이로 따지면 MZ 세대 중 M에 해당하는 세대이다.
Gen Z는 아니지만,
나는 권리를 주장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고,
윗세대들에게도 할 말을 따박따박 다하는
당찬 혹은 되바라진 직원이다.
다른 직원들이 회식 장소로 향할 때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이기적인 직원이다.
육아시간(하루 2시간 단축 근무)을 사용하느라
나는 팀에서 함께 일하기가 부담스러운 직원이다.
아니, 누구는 애 안 키워?
누구는 회식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알아?
육아시간 쓴다고 빠지면 그 공백은 누가 메꿔?
우리 때는 육아시간 제도가 없어서 혜택도 못 받았는데,
지금은 젊은 직원들이 육아시간 쓴다고 자리를 비우니
이중고야.
앞에서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 권리를 주장하면서
남들한테 좋은 소리까지 들으려고 한다면
그건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술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신나게 놀 수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육아보다 일하는 것이 더 즐거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단지, 일하는 엄마로 살면서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뿐.
상담실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서로의 입장과 감정만 재확인했을 뿐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과장님은 과장님으로서
나는 실무자로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면담을 마쳤다.
3일간 재충천하여 돌아오겠다는 말씀을 드린 후
좁은 상담실 문을 통과했다.
뒤를 돌아보니
서러운 나의 마음이
상담실에 그대로 남아 울고 있다.
괜찮아 하띠,
먼 훗날 네가 과장이 되어
힘든 직원과 마주 앉게 되는 날
그 직원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힘들다고 하는 부분을 해소해 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오늘 너의 설움이 걷히게 될 거야.
나는 조용히 상담실 문을 닫아두고
자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