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시끄러운 날의 일기(2)

과장님의 호출

by 하띠

상담실에서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과장님과 마주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았고,

그녀의 숨소리는 내 귓가에까지 와닿았다.


상담실이 좁은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좁은 걸까.


어색한 공기의 흐름을 깬 건 과장님이었다.


“휴가를 길게 냈던데, 무슨 일 있어?”


나는 힘없이 시선을 떨구었다.




나는 회사에서 나이로나 직급으로나 중간 정도의 위치이다.

나이로 따지면 MZ 세대 중 M에 해당하는 세대이다.


Gen Z는 아니지만,

나는 권리를 주장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고,

윗세대들에게도 할 말을 따박따박 다하는

당찬 혹은 되바라진 직원이다.


다른 직원들이 회식 장소로 향할 때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이기적인 직원이다.


육아시간(하루 2시간 단축 근무)을 사용하느라

나는 팀에서 함께 일하기가 부담스러운 직원이다.


아니, 누구는 애 안 키워?

누구는 회식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알아?

육아시간 쓴다고 빠지면 그 공백은 누가 메꿔?

우리 때는 육아시간 제도가 없어서 혜택도 못 받았는데,
지금은 젊은 직원들이 육아시간 쓴다고 자리를 비우니
이중고야.


앞에서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 권리를 주장하면서

남들한테 좋은 소리까지 들으려고 한다면

그건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술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신나게 놀 수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육아보다 일하는 것이 더 즐거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단지, 일하는 엄마로 살면서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뿐.



상담실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서로의 입장과 감정만 재확인했을 뿐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과장님은 과장님으로서

나는 실무자로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면담을 마쳤다.


3일간 재충천하여 돌아오겠다는 말씀을 드린 후

좁은 상담실 문을 통과했다.


뒤를 돌아보니

서러운 나의 마음이

상담실에 그대로 남아 울고 있다.


괜찮아 하띠,


먼 훗날 네가 과장이 되어

힘든 직원과 마주 앉게 되는 날


그 직원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힘들다고 하는 부분을 해소해 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오늘 너의 설움이 걷히게 될 거야.


나는 조용히 상담실 문을 닫아두고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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