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2월 25일 일요일. 2022년 크리스마스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때쯤 되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풍부한 감성으로 먼지만 쌓인 푸석한 얼굴에도 생기가 돌도록 만드는 분위기 때문일까요?
저 역시 본업에 집중하면서 다른 일들을 잠시 멈추고 돌아봤습니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연말을 즐기는 가운데 저같이 생각하는 분도 계실까요? 내년에는 혁신적으로 바뀌고 싶다. 완전히 달라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고 생각의 지평선에서 저물기 전에 이렇게 글로서 남기고자 합니다.
100퍼센트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리라. 완전한 확신은 아니더라도 나는 나아가고 있다. 저의 경험과 생각을 기준으로 적어 봅니다. 사건 위주 소제목과 유연한 글밥으로 미약한 생각을 표현합니다.
1.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내가 주인일까? 아니면 책이 주인일까?
한때 제가 지내는 공간에는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과거형이죠? 엔딩부터 말씀드리면 지난 3개월가량 보내며 그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선반을 차지하고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책이 언젠가는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하여 남기고 어디선가 굴러 들어온 책이 방바닥을 대신하였습니다.
유일한 취미는 서점에 가는 것. 아니면 매일 아침 뉴스를 보는 것처럼 온라인 서점 앱에서 신간 소식을 접하는 것이 아침 루틴이었죠. 출간 예정인 도서는 30대인 저를 어린아이로 만들었습니다.
글감을 찾아서 영감을 찾아서 사색을 찾아서. 어느 날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이 살고 있는 공간에 제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한 번은 어떤 책을 찾으려고 뒤적였지만 제때 못 찾았을 때도 있었죠.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한참 뒤에 발견하긴 했지만. 그 경험은 많은 생각을 남겼습니다.
결국 빈 박스를 들고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고로 판매하고 관심 있는 지인에게 책 나눔도 하고 정리하였습니다. 5분의 1 가량으로 책이 줄었을 때. 정확히 말하면 이제 한눈에 모든 책을 파악할 수 있을 때. 정말 핵심적인 책들만 남기고 싶을 때 뜻대로 몸이 안 움직였습니다. 사랑하는 책들만 남았으니까. 그래도 많다 그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 어느 책을 정리하든 그에 대한 기회비용은 존재하는 법. 공간이 넓었다면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원망도 조금 하고요. 그래도 줄이고 싶다. 혁신적으로 변하기 위해서 스스로 가벼워지고 싶다. 그 마음이 들어서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저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금부터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결국 완전히 새로운 포인트에서 접근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그대로 있고 책들을 정리하였죠.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지금 당장 내가 죽는다면 너무 극단적인가? 그렇다면 만약 당장 빈털터리가 된다면 만약에 잘 나가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면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남은 책들을 한 권씩 생각하였습니다.
자,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만약 빚이 있다면 채권자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값 비싼 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며, 집안 곳곳에 빨간딱지가 붙겠죠? 당사자로서 멘탈이 무너지고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갈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술독에 빠져 살 수도 있습니다. 당장 핸드폰 이용 요금을 지불할 수 없어서 신용도 역시 하락할 수 있습니다. 나이로 인해서 아르바이트 역시 구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공 경험들을 떠올리면 결과만 생각날 뿐 과정은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올라설 수 있었는지 어디서 시작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초심을 잃은 리스크를 안을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한결 구분 짓기 쉬워졌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내가 일어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과, 어느 정도 크고 작은 성공이 모였을 때 도움이 되는 책. 다시 말해 밑바닥에서는 읽는 것을 조금은 미래로 미루어도 되는 책. 그렇게 책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고 과정을 거쳐서 남은 책은 단지 책으로서 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귀중한 자산 같은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천재지변 이슈로 물리적으로 소각되지 않는 이상 적어도 내가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는 한 그런 책들은 영구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빈털터리에서 제목만 보아도 자생력이 샘솟고 재기하도록 만드는 그런 책들. 외부적인 요소보다 나 자신이 무너지는 것이 무서우니까요.
2.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잔소리를 해주는 배려에 대한 고마움
고객 응대 서비스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살면서 몇 번을 해봤는데요. 대면으로 고객을 응대했던 경험과 비대면으로 고객을 응대했던 경험. 둘 다 있습니다. 회사 안에 있는 고객 아닌 고객을 상대하거나, 회사 밖에 있는 일반적인 고객을 상대했었습니다. 고객 만족의 정반대는 클레임이라고 봤었죠.
고객만 있나요? 같이 일하는 손 위의 선배가 하는 잔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잔소리와 클레임에 대한 경험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야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고객 만족의 정반대는 클레임 또는 잔소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족스럽지 않으면 클레임을 걸거나,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관심 또는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클레임과 잔소리가 없으니 당사자는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고객의 몫까지 당사자 스스로 모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사실 지금까지 어느 접점에서든 클레임과 잔소리는 고마울 수 있는 존재인 것이죠. 물론 가려서 들어야겠지만 어쨌든 개선할 수 있는 포인트가 눈앞에 쌓이는 것이니까. 적당히 필터를 거쳐서 개선의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출발점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정말 가끔씩 인생의 고민을 가지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보는데요. 많은 경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몰라서 방황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무엇을 집중해서 노력할지 저도 그랬고요. 출발점이라도 있으면 마음가짐을 다 잡고 바로 시작할 텐데 말이죠.
연말이 되어서 정확히는 10년이 넘어서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알려주었을 때 있는 그대로 흡수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후회되지만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 이런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귀를 열고 조금만 더 나무보다 숲을 봤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요? 결과론적이지만 지금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3. 플러스 에너지와 마이너스 에너지 밸런스 맞추기, 쉽지 않구나?!
갑자기 에너지라고 해서 창을 덮으려고 하셨죠? 허심탐회하게 얘기하겠습니다. 목표들을 성취해 나가는 만큼 반대 급부의 무언가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장기적으로 가려면 스스로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정말 바쁘게 사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하루 30분 이상 운동 루틴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말로만 건강관리를 위해서 저렇게 관리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의무적으로 하는구나.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이구나. 이렇게 그 루틴에 대한 필요성이 말도 안 되게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성공 성장 성취 모두 좋습니다. 그만큼 짜릿한 것도 없고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기도 하죠.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지만 말이죠. 그런데 몸과 마음이 온 힘을 다해 나아가는 만큼 삶의 어딘가에서는 반대급부로 저항도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점만 노출시키지만 사실 실상은 여기저기 문제가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어떤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인지만 하고 넘어가겠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것이라면 미리 대비해서 안 좋을 것이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집 밖에서 사업 성공을 하고 남들이 알아주는 명예를 얻고 잘 나가면, 집 안에서도 그만큼 충실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전래동화 속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더 큰 목표'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사람 관계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 혼자만 놓고도 그렇습니다. 뚜렷한 성장 곡선이 그려지면 속도에만 집착해서 조금만 더 해보려는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참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예상되는 길목에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고 전혀 몰랐던 길목에서 문제가 터지죠. 이런 것을 보면 정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서 이렇게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조절하는 것일까요? 성공하는데만 매몰되어 버리면 '내가 이것을 왜 하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자연스레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더 크게 더 멀리 더 깊게 성공을 위해 균형을 잡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 제 예상보다 이런 쪽으로는 빈약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도 하나라도 삐끗하면 어그러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하니까 하루빨리 그런 방법들을 두루 찾아야겠더라고요. 더 크게 더 멀리 더 깊게 나아가기 위해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난주 생각의 갈래는 위 3가지로 귀결되었습니다. 비웠고, 감사했고, 인생 단위로 코어 근육을 높였죠. 만약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한 해를 준비하는 지인들을 보고 나는 무엇부터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하시면 위 세 가지 꼭지로 스스로 돌아보면 어떨까요? 내년에도 함께 롱런해요. 우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