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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매드헐 Feb 22. 2021

1% 외침

파리에서 세계를 외치다.

새벽 5시.

세상과 마주하는 시각.

조금만 더 침대에 눕고 싶은 나 자신과 몸은 늘 실랑이 하지만, 결국 내 머리는 무엇이 정답인지 알고 있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샤워로 향한다. 

커피를 내리고 나면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전 7시에는 막 점심시간을 마친 한국과 소통이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하고 집을 나선다.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들고 파리 센 강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오전 8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StationF에 도착한다.


StationF (스테이션 에프)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약 1,000여 명이 남짓한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창업가들은 6%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곳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끝없이 수평으로 펼쳐진 넓디넓은 24시간 개방된 이 곳에 있으면, 코로나 사태가 체감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생존을 다퉈야 하는 말 그대로 매일이 전쟁인 스타트업에게는, 더 지체할 시간도, 또 "코로나니 우리는 천천히 가자"라고 이야기할 여유가 없다.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전화, 타닥타닥 두드리는 컴퓨터 자판, 4개의 컴퓨터 스크린도 모자라다고 하는 개발자들이 모인 이 곳은 생존과 삶을 고민하는 현장이다. 


아르헨티나, 케냐, 중국, 두바이, 스웨덴, 미국 등에서 모인, 본인들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미친 창업가들은 이 곳에서 세상과 마주한다. 그리고 나는 이 곳의 1%다.


1,000여 명 남짓한 창업가들 중에서 페이스북의 창업가인 마크 주커버그처럼 백인 남성 창업가가 930명. 여성 창업가는 약 70명 정도 될까. 그중에서 또 자세히 들어가 보면 백인 여성 창업가가 60명


유색인종, 특히 아시아 출신의 여성 창업가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깐 난 1000여 명이 남짓한 창업가들 약 1%의 아시아 여성 창업가다. 


노매드헐(NomadHer)은 내가 3년 전 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시작한 글로벌 여성 여행자 앱이다. 도전이 있는 여행은 인간을 성장하게 한다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까지 시베리안 횡단 열차로 혼자 여행한 경험을 포함해서, 팔레스타인, 쿠바, 멕시코, 터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약 42개국이 남짓한 나라들을 혼자 여행하며 혼행이 내 삶에 주는 크나큰 가치에 기인해 시작하게 된 도전이다.


큰충격을 받아 1년이 넘도록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도 있었고, 새벽 3시 덜덜 떨며 두려움에 새벽을 설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혼자 여행을 계속했던 이유는 세상과 마주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혼자 여행했지만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여행을 계속하며 나는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 여행했지만 오히려 내가 그전에 몰랐던 나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었다. 난 성장했고, 그리고 그 경험을 더 많은 여성들과 나누고 싶었다. 


한국을 넘어서서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이 경험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노매드헐이 탄생하게 되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편견과, 타인들이 내게 부과하는 편견과 나는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심하고, 조심성 있고, 내성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도, "여성을 위한 여행 앱이요? 그게 굳이 필요하나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혹은 아예 한국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에게도 당신들은 틀릴 수 있음을 나로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넓은 세상에게 우리의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력을 뽐내고 싶다. 


지난해.

이곳에서 약 200명 남짓한 투자자와 창업가에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매드헐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한번 발표를 하면, 그냥 잘해야지가 아니라, 거의 씹어 먹어버리겠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때 그 10분의 발표가 끝난 후 "와, 저 창업가 에너지 미친 거 아니야."라고 웅성웅성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대화를 잊지 못한다.


누군가는 내게 발표 후 다가와서, 

"여성 대상 서비스를 만드는 여성 창업가에 대한 나의 편견을 당신이 와장창 깨버렸다."라고 이야기하며 엄지 척을 보이고 가기도 했다.


1%. 

아직 우리 갈길이 멀다. 그리고 내가 가는 이 여정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본보기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제 막 햇빛을 받은 병아리처럼 나아가는 노매드헐은 더 전진하고 성장할 거다. 부딪히고, 깨지고, 아프고, 다치고,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늘 그랬듯 스스로만의 길을 만들어갈 거다. 변명을 만들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노매드헐이 성장하는 따뜻한 우리만의 이야기를 이 곳에서 하나하나 담아내고자 한다. 




30억 여성들의 혼행을 응원하는 글로벌 여성 여행자 앱 노매드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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