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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정 Oct 13. 2023

발리에 호텔을 짓는 법

호텔을 짓는 것은 사실상 거대한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바닷가 카페에 앉아 문득 발리에 호텔을 짓고 싶다,라고 생각한 게 작년 발리에서 산 지 몇 달 지나가던 무렵이었는데. 어느새 호텔을 짓고 있다. 아니, 짓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IT에서 일하던 사람이, 호텔을? 
그것도 발리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 법하다. 사실 나도 정말 호텔을 짓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생각조차 못한 기적이 벌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혼자서 호텔을 짓고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그 정도로 돈도 없고, 호텔을 지어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만약 외국에서 혼자 호텔을 짓는다면 정말 무모하다고 하겠지만. 함께 이 호텔을 만들어가고 있는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믿고 하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텔을 같이 짓고 있는 사람들


우리 발리에 집을 지어서, 같이 밥을 해 먹고 
축제를 하는 공간을 만들어보자!

우리는 여행을 하다 만났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다 각자 다른 나라에 정착한 떠돌이 들었다. 호주, 싱가포르, 상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유럽. 우리 모두에겐 세계 어디에 있어도 항상 다시 생각나서 방문하게 되는 신비로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하고 증권사에 입사했으나 회의를 느끼고 갑자기 퇴사, 중국으로 건너가 음식점에서 서빙으로 일하기 시작, 현재는 상하이에서 미슐랭 레스토랑 3개를 운영 중인 테드 Tedd

경북 안동의 종갓집 막내딸로 태어남. 리먼 사태로 급 정리 해고를 당한 후, 싱가포르로 건너가 은행계에서 상무님으로 커리어 정점을 찍고서는 최근 급 퇴사하여 현재는 호주 대자연 속에서 안식년을 가지고 있는 Jinny

다들 알고 있는 노마드인서울 커뮤니티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15년 차 싱가포르 뱅커 신분으로 세계를 유랑하는 영혼,  Shyguy

대학생 때 노마드인서울 브런치 모임에서 만나 현재는 외국 테크 회사에서 리모트 UIUX 디자이너로 일하며 전세계 여행 중인 Hyebin


그리고 지난번 포스팅 이후로 몇 분의 공간 기획, 건축 사업 경험 있으신 숨은 고수 분들께서 연락을 주신 덕에 건축, 요식업, 금융,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한 분 한 분 인생 스토리가 너무 재밌어서 다음에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부동산 프로젝트를 하지만, 놀랍게도 이 팀은 100% 원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한 게 연말이었는데, 다들 발리, 상하이, 싱가포르, 호주에 퍼져있고 한 명은 대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지난 1년 간 원격으로 함께 일해왔다. 원격으로 일하고, 가끔 싱가포르, 발리, 한국, 또는 페스티벌에서 오며 가며 만나는 식이다. 


그래서 호텔을 어떻게 짓냐면 - 


발리에 호텔을 짓는 방법 

호텔을 짓는 건, 조금 큰 집을 짓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그냥 하루 묵고 가는 평범한 호텔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는 곳, 처음 왔지만 집처럼 느껴지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발리에서 집을 건축하는 것과 아래 과정은 동일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1. 땅 구매하기

운과 인맥에 달림, 평균 3개월~1년 소요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나는 땅을 알아보러 지난 1년을 찾아다녔다. zoning 확인하고, 문서 확인하고, 시세 확인하고, 가격 흥정하고, 발리에서는 땅주인이 진짜 주인인지, 주인 가족 등본은 어떻게 되는지, 라이선스는 진짜인지, 세금은 냈는지 전부 하나하나 직접 확인해야 한다. 


발리에서는 매물 자체가 온라인에 올라오지 않아서, 대부분 현지인이 아는 사람끼리 거래하는 게 대부분인데, 개중에서도 문서를 다 확인하고 보면 투자하기 안전한 땅이 거의 없다. 계약 성사 직전에 3번 정도 계약이 파토난 뒤 기적적으로 친구의 친구가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이 땅을 소개해줬다.  우리는 바닷가와 논밭이 다 보이는, 서핑 해변 및 계곡 바로 옆에 인접한, 살짝 경사진 땅을 골랐다. 


땅을 구매하기 전에 5주 간의 세무, 법률 검토를 마치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법인을 통해서 인도네시아 땅을 합법적으로 영구 소유하고 있다. 땅문서를 넘겨받은 후에는, 또 땅 소유 라이선스, 건축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발급받는 지루한 과정이 남아있다. 인도네시아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별도 포스팅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https://nomadinseoul.notion.site/Medewi-Surfing-Beachfront-Bali-6a7bc37512dd462b8bb86e31615c0633?pvs=4

- 호텔이 지어질 메데위 땅 관련 정보 (위)


2. 건축/인테리어 디자인하기 

현재 진행 중, 평균 1 달반~3달 소요


전체 건축 과정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상상만 하던 꿈을 시각화해 보는 시간이다.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현장 측량 전문가 등과 함께 땅 도면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사진이나 스케치, 3D 파일을 주고받으며 상상 속의 호텔을 실질적인 모습으로 구현해 보고,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바꿔나간다.


우리가 짓는 호텔에서는 요가와 명상뿐만 아니라, 연에 한두 번은 페스티벌을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간의 목적 및 방향을 건축 디자인에 반영하는 중요한 과정인데, 수정 횟수에 따라 최소 1달 반, 길게는 3달까지 걸리는 작업이다. 


2023년 10월 현재 우린 땅을 측량한 후, 건축가에게 초기 브리프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넘기고, 1차 스케치를 받아 검토 후 수정을 요청한 상태이다. 동시에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무드보드를 요청해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발리에서 땅 측량하는 법

땅 측량을 마치면 위와 같은 표를 몇 개 받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디자인을 무드보드에 정리하여 건축가에게 넘겼다. 

그걸 받고 며칠 후 건축가에게 1차 도면 스케치가 넘어왔다. 이런 거 어때? 하는 식이다.

회의를 거쳐 건축가가 제안한 배치보다는, 위와 같이 정원의 미로 같은 배치로 수정을 요청했다.


https://nomadinseoul.notion.site/Medewi-62050b66e61f4914b4e237316380b736?pvs=4

- 건축가에게 우리가 넘겼던 브리프 (요구사항) 파일 (위)


건축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에 건축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의를 참여하거나 참관하고 싶은 사람은 이메일로 요청 주시면 된다. 


3. 건축하기 

평균 10-15개월 소요  


건축 전 공사

            주차장, 인부들 임시 하우징, 경계선 만들기 : 이는 건축 예산에 대게 포함이 안 되는 비용들인데, 대부분의 발리 건축 현장에서는 Java라는 옆 섬에서 인부들이 와서 몇 달 지내면서 건축을 한다. 상황에 따라, 경계선 벽, 인부들이 지낼 공간, 주차 공간을 먼저 지어야 한다.         땅 건조하기 - 발리에서는 많은 땅들이 논밭이나 논밭 주변 땅이라서, 건조한 땅이 아닌 경우가 많다. 축축한 땅에는 불안정해서 건물을 바로 지을 수가 없다. 이 경우,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 몇 달 동안 땅을 자연 건조하는 방법과, 두 번째, limestone이라는 걸로 땅을 채우는 방법이 있다.         


MEP (mechanical, electrical and plumbing engineering)

            건축설비 전반에 관여된 것을 말한다. 기계, 전기, 소방 등 건축물의 기본 인프라를 만드는 과정이다. 가보면 주로 땅을 파서 안에 여러 배관이나 전선 등을 설치하고 있어서 일반인은 봐도 뭘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MEP 작업을 위해서는 건축 디자인 단계에서 관련 전문 엔지니어들과 외주 형식으로 건축가가 작업을 하고, 이후에는 공사 현장 건설 업체에서 진행을 한다.


Foundation 파운데이션

            건축 지반 공사인데,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기둥을 설치하고, 위에 올라갈 건축물이 올라갈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토양 상태에 따라, 건물의 높이에 따라, 바닷가에 위치했으냐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구조나 자재가 살짝씩 달라진다. 흙이 단단하지 않으면 땅을 더 깊이 판다거나, 건물이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철근 구조가 필요한 식이다.         

이 과정이 끝나고서는 본격적으로 건물의 위층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고 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날 무렵 지붕을 올린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예쁜 건물"의 모습들은 건축 마지막 1달에 완성된다. 그전까지는 그냥.. 텅텅 빈 콘크리트 덩어리에 가깝다.


이 과정 해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고용하여, 매일 현장에서 한 명이 작업을 확인해야 딜레이나 부실 공사를 막을 수 있다. 또한 건설 업체에서 계속해서 변동하는 시세에 따라 자재 변경이나 추가 요청을 하는데, 이 예산이 불규칙할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금액이 어마어마할 수도 있다. 한 명은 전담으로 건설 업체가 아닌 우리 쪽 사람이 감독하러 매일 가야 한다.  


4. 오픈 준비하기 

건축 마지막 1개월 


건설 초반은 지반, 하수도 공사, 철근, 콘크리트라서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가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발리에서 건축가는 대부분 2주에 한 번씩 가서 건설 현장을 확인하다.

하이라이트는 건설의 마지막 3 달이다. 마지막 3달은 본격적으로 건물이 모양을 드러내고, 마지막 벽이나 구조물이 생기기 때문에 이때 디자이너, 건축가, 오너가 가서 계속 현장을 점검한다. 


그리고 마지막 1달은, 드디어 벽 마감, 타일, 페인트, 조명 등이 설치가 되는 시기이므로 매일 가서 확인해줘야 한다. 이 모든 게 끝나면 드디어 가구 등을 제작해 넣고, 풀장에 물을 채우고, 청소를 할 수 있다. 


건축 타임라인 총정리

건축 타임라인은 아래와 같다. 모든 게 다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는 전제하에. 대게 작은 집은 1년을 잡고, 조금 더 큰 프로젝트는 15-24개월을 잡는 것 같다. 

중간에 생략한 굉장히 많은 법적 디테일과 테크니컬 한 건축 프로세스들이 있는데, 우리는 현지 파트너와 법무법인과 함께 모든 과정을 다 진행했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후진국일수록 법률이 더 복잡하고 외국인 투자 과정이 잘 잡혀 있지 않을 수가 있으므로, 반드시 현지인 파트너와, 법무법인을 껴서 진행해야 한다. 자세한 관련 구매 방법이나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별도로 문의하셔도 좋다. (궁금하신 분이 많다면 별도 포스팅으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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