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기간은 역시나 짧았고, 정신 차려보니 9월이 되어 출국일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몇 달 전부터 계획한 휴가 같은 여행이 아니었다. 당장 내일 무엇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울렁거리는 매일을 보내다 '어쩌다' 가게 된 여행이었다. 설렘보다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떠나게 됐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6011번 버스에 앉아 창문 너머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그제야 13시간 비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짐은 빠진 것 없이 제대로 챙겼나, 서울보다 훨씬 춥다는데 옷 좀 잘 챙겨 올걸. 늦어도 한참 늦은 자문자답을 하며 몸과 마음을 여행자 모드로 전환했다.
프라하에서의 여행 이야기를 연재하기에 앞서 프라하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몇 주 전의 기억과 기록을 되돌아본다. 9월 10일 아침,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프라하 바츨라프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 40분 내내 창 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왠지 낯설지가 않은데."
생소한 문자로 쓰여 있는 표지판과 상점 간판들을 보면서도, 알록달록한 색의 길쭉한 건물들이 늘어선 강변을 지나치면서도 생소함보다는 편안함을 느꼈다. 지난 포르투갈 여행의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가. 그래도 거긴 서유럽 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나라고 여긴 동유럽 한가운데에 있는 곳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프라하는 양파 같은 도시다. '낭만적인 관광 도시'라는 겉껍질을 벗겨보면 무수히 다른 색의 이야기를 겹겹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여행 3주 차인 지금도 궁금한 게 너무나 많다.
여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아침 7시면 트램은 사람으로 붐비고 동네 마트나 카페들은 영업을 준비한다. 외식 물가는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지만 마트에 가면 5000원으로 주먹만 한 빵을 20개나 살 수 있다. 메뉴판이든 계산서든 탁자에 툭 놓고 가버리는 무뚝뚝한 웨이터들의 뒷모습에 화가 났다가도 어느새 다가와 음식의 맛은 어떠냐 무심히 묻는 서툰 친근함에 마음이 풀려버린다.
모든 면이 다 다른 무늬로 채색되어 있는 주사위 같은 도시다. 주사위를 던져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지를 정하면 어제와는 또 다른 프라하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일상에서의 체코 인사는 두 가지로 한다. 예를 갖추어야 할 때는 '도브리덴(Dobry den)', 친한 사람과는 '아호이(Ahoj)'라고 말을 건넨다. 이젠 정이 들어버린 이 도시의 여행기를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말해본다.
"아호이, 프라하!"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도시 프라하에서의 경험을 풀어내려 합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