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태를 해결중이다
당시 나에겐 이혼의 아픔을 곱씹는 것도 사치였다. 일단 해결을 해야 했다. 2억은 내 원금과 대출금이었고 1억은 지인들의 돈이었다.
한 석 달은 몇 백씩 따박따박 들어오는 통장에 들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다가 곧 나도 건물주 되는 거 아닌가?라는 보랏빛 환상에 젖어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 투자란 것은 잘 알지도 못하고 친척인데, 작은 아버지인데 설마 나를 어찌할까?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시작한 것도 맞다. 그런데 그 작은 아버지와 나의 돈을 가로챈 최상위 포식자 중 1명이 외국으로 투자금을 들고 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처음엔 5천만 원이었다. 하지만 점점 액수가 늘어나면 나에게 배당되는 돈이 많다 보니 대출에 친구, 지인들까지 점점 늘어나게 된 것이다. 어느새 빚은 3억이 되어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다 내탓이다.
사기친 놈도, 작은아버지도, 전남편도.....
아무도 탓하지 않으리라.
남탓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내 인생이다.
함께 투자를 했던 친구들에게 이를 알렸다.
괜찮니?
응 미안한데 빠른 시일 내에 어떻게든 갚을게
시간 좀 걸려도 괜찮아 주영아. 힘내고 여유될 때 갚으렴
그래도 33년 인생을 헛살진 않았나 보다. 친구들은 나를 다행히 이해해 주고 기다려주었다. 내 신용이 이 정도 바닥은 아니었나 보다.
반면에
안 되는데 그거 00이 아빠 몰래 준거라서. 그거 어떻게든 만들어줘.
매일 매시간 전화, 문자로 본인의 마음을 전화 횟수와 긴 장문의 문자를 통해 전달한 친구도 있었다
좀 뭔가 처분할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도 그 친구에겐 못 받을까 봐 하는 마음이 더 먼저였나보다. 한편으론 그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했다. 이제까지 내가 너에게 그 정도였냐. 처분해서 네게 돌려준다 했는데 며칠 ~얼마의 시간도 못줄 정도의 사이였는가? 몇 개월 동안 내 덕에 그렇게 돈을 벌었으면서....... 매일, 매시간을 닦달하는 그 친구덕에 나는 또 교훈을 얻었다.
우선 현재 살고 있는 대출 낀 자가 아파트를 처분했다. 예전보단 시세가 올랐지만 대출이 대부분인지라 처분하고 나니 5천만 원이 남았다. 급하게 싼 월세를 알아보고 이사를 했다. 보증금 500 /30만 원...... 그렇게 세 아이와 나는 34평 아파트에서 낡은 빌라 2층으로 밀려났다.
나머지 돈으론 급한 친구들의 돈을 먼저 갚았다. 물론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지만 미안함과 더불어 혹여나 못 받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리둥절해한다.
왜 이사 가요?
엄마 집이 너무 더럽고 좁아요
우리 다시 예전집으로 가면 안 돼요?
6살 막내가 이렇게 묻는 건 당연했다. 그날 저녁 나는 다시 소주를 뜯었다. 일부러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편의점 구석에서 강소주를 마시며 울컥 쏟아냈다. 진짜 마지막 눈물이다. 이제 우는 것도 내겐 사치야.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소주나 쳐 마실 시간이 어디 있냐라는 생각이 꾸역꾸역 올라왔다.
아무래도 유치원 교사 월급으론 택도 없다. 빚 3억을 평생 갚아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월급 받으면서 세 아이를 먹여 살리고 나도 살아야 한다. 빚이 3억이니 한 달에 150씩 갚는다고 해도
3억/ 150만= 200개월이다. 16년 동안 갚아야 한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원금만 그렇다. 이자는 또 그만큼 불어나겠지.
일단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겠다. 그렇게 나의 쓰리잡 여정은 시작되었다.
1화: 빚 3억 그리고 남겨진 세 자매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