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가게에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
우리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있다.
" 사장님 가게에 오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요"
" 이 가게는 항상 에너지가 넘쳐"
" 사장님 목소리 진짜 커요. 그런데 그게 기분이 너무 좋아"
에너지 넘치고 기적을 전달해야하는데 이정도는 해야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몇 개월을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투잡, 쓰리잡으로 지친 몸을 이끌며 다시 가게에 나오면 녹초가 되곤 했다. 초보인지라 매일 새벽 지단을 부치고, 쓸 당근을 채를 썰고, 각종 재료준비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당시 한꺼번에 몇년동안 무리를 해서인지 마흔도 안됐는데 손목에 주사를 맞아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비가 오면 더 쓰리고 시큰거렸다.
한참 가게가 되지 않을때 고민을 많이 했다. 초창기라 하루 매출이 5만원 잘해야 10만원의 연속일 때도 나는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김밥을 더 알릴까?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단골 손님을 만들 수 있을까?
다른가게 앞을 지나가다 답을 발견했다. 내가 가게를 하기 전에도 이런 가게 주인의 모습이 보기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뭘 더 하지 말고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하기로 했다.
1. 가게 주인이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앉아있는 모습
2. 가게주인이 두다리를 쭉 뻗어 휴게 공간에서 쉬다 부시럭거리며 나오는 모습(여기에 이불, 베게 이런게 같이 있으면 더 보기 좋지 않았다)
3. 앉아서 멍때리며 넋놓고 있는 모습
4. 가게에 가게와 어울리지 않는 각종 물품, 기기, 생활용품들이 흐트러진 것
5. 불친절, 톡쏘는 말투, 다죽어가는 말투
6. 부정적인 가게주인
7. 손님을 본 척 만척 하는 것( 대답안하고 바로 음식 만드는 것 포함)
하지말아야 할 것을 그대로 적었다.그리고 내가 먼저 실천을 하기로 했다.
" 엄마, 내가 없을 때 엄마도 이렇게 해야해"
그렇게 하나씩 원칙을 세우고 고쳐갔다.
처음에 가게 구석의 뒷편에 조그마한 쉬는 공간이 있었다. 종일을 서서 일하다보면 다리가 퉁퉁 붓곤했다. 그 조그만 공간은 내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하지만 이게 문제였다. 손님이 없으면 나도 모르게 그 구석으로 들어가곤 했다. 쉬고 싶은 것이다. 손님도 없는데 굳이 서서 있어야할 필요는 없잖아 라는 안이함과 더불어 그 구석으로 들어가는 횟수또한 많아졌다.
결국, 나는 그 공간을 없애버렸다. 가게 주인의 시선은 가게, 손님 그리고 항상 밖을 향해야한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손님이 없으면 없는대로 가게를 쓸고 닦았다.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나의 의무다. 그리고 내 가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분과 에너지를 선사하자!
이렇게 나만의 원칙을 세웠다.
1. 손님이 있을때도, 없을 때도 항상 같은 가게 여건을 유지할 것
2. 내가 우울하거나 화가나는 일이 있더라도 내 감정을 손님에겐 절대 드러내지 말 것
3. 목소리 톤은 올리고 밝은 표정을 365일 유지 할 것
4. 김밥을 많이 사던 적게사던 손님을 차별하지 말 것
5. 손님이 없으면 더 바쁘게 움직일 것(청소하라는 신의 계시라 생각)
6. 지금당장 주는 서비스 제공에 아까워 하지말 것
7. 지금 사지 않는 고객은 내 미래의 대박고객이다라는 마음으로 대할 것
8. 내 가게 오는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것
9. 가격이 올라도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를 속이지 말 것
10. 항상 감사할 것
고작 김밥가게 하나 하면서 별 지랄을 다하네. 뭐 대기업 회사냐?라며 또 핀잔이 들려왔다.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 정말 싫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초치는 인간들이 있다.
그래! 이 작은 가게가 내겐 삼성이고 현대다.
그렇게 1년, 단체 손님 포장으로 정신없던 토요일.
포스기를 켜고 정산을 했다. 갑자기 모니터를 모다 왈칵 눈물이 나왔다. 처음으로 하루 매출 120만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