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일수 인생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가 일수를 쓰기까지
계속되는 빚의 독촉과 압박 속에서도 나는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
한여름 뜨겁게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를 나체로 누워있는 느낌.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화장실로 뛰어가 어젯밤 먹은 것들을 게워냈다. 노르스름한 위액만 나올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어지럽다. 신용불량자인 내게 아무도 대출이란 것을 해주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절실하게 살아도 국가의 제도는 알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돈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생활비 그리고 가겟세, 그리고 계속되는 빚의 독촉
결국 나는 내 가게 앞에 떨어졌던 명함에 손을 대었다.
바로 '일수'
아이러니하게도 일수업체 이름이 '희망일수'다. 임빙..... 고리대금의 이 일수, 월변 정말 알고도 쓴다는 말이 이런 것이니까
내 인생에서 일수를 쓴다는 것, 감히 생각도 못했다. 친절하게 가게 상호를 묻고 등본,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인감, 사업자등록증 등을 제출하고 1000만 원을 빌렸다. 원래 첫 거래에서 이렇게 빌려주지 않는다. 이것도 일조의 ' 신뢰' 란게 쌓여야 한다. 난 벌써 3번째 일수이다. 내가 못 갚으면 그들은 어떤 수단을 통해서도 가져간다.
보통 기간은 짧게 한 달 ~두 달 이내로 책정이 되는데(절대 기간을 길게 주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빌린 돈을 이자와 함께 매일 갚아야 한다. 은행처럼 기간을 몇 개월~몇 년 단위로 주지 않는다. 일자와 수수료는 보통 설계? 하는 아이들의 재량인데 일종의 영업이기도 하다.
자신이 떼어가는 수수료에 회사? 에 주는 수수료 포함처음에 300만 원, 그리고 1000만 원 1번을 빌렸고 모두 상환을 했다. 이 모두는 돈을 시중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빌린 돈으로 지인들의 돈을 갚아줬다.일수를 써가면서도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었나보다.
아주 많이? 고리대금업인 일수는 1000만 원을 빌려다면 이자를 얼마씩 쓸 건지 책정하게 된다. 보통 수수료란 것을 받는데 그것을 나는 그나마 우대?를 해줘서 6프로로 해줬다. 나름 우량? 회원이기 때문이다. 일자도 길게 늘여줬다. 원래 60일 정도밖에 안 주는데 82일,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게 매일 납입해야 하는 돈을 그 날수에 맞춰주었다. 결국 첫 수수료는 1000만 원의 6프로 60만 원, 하루에 15만 원씩 82일 동안 갚기로 했다.
계산을 해보자면 처음에 1000만 원을 빌리고 6프로 수수료를 제외한 940만 원을 받는다. 그날 바로 일수가 시작이 되니 940만 원 -15만 원= 925만 원을 최종적으로 받았다. 그렇다면 15만 원*82일은 총 1230만 원. 이자로만 3달이 안되게 230만 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82일 동안 230만 원 +60만 원, 총 29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그나마 나는 잘 갚고 그들에게' 신용'이란 것이 나름대로 쌓여서 그런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훨씬 초반에 내는 수수료도 많고 기간도 짧게 부여받는다. 공휴일이 있으면 미리 떼어 간다. 금요일엔 토, 일요일 것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 15만 원*3일 치=45만 원. 모두 3시 이전에 이루어지고 그들은 내가 일수용으로 준 나의 현금카드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하루마다 가져간다. 고리대금이지만, 그들에게 입금내역? 따위가 남아있을 리 없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깔끔하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렇게 다시는 쓰지 않겠다는 나의 각오를 비웃듯이 나는 3번째 일수를 또 쓰게 되었다. 일수는 매일 이렇게 찍어야한다.
*번외편: 이들도 고객관리를 한다. 나처럼 우량? 고객이나 상환기간이 점점 줄어 얼마 남지 않으면 문자로 ' 돈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라고 한다. 가끔 안부도 묻는다. 농담도 주고받는다. 가끔 수수료 협의도 한다. 기간도 좀 늘리기도 하고..... 다 사람 사는 인생이다.
난 매일 이들이 양지에서 잘 어울려 살 수 있게 ' 기부'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강주영 인생, 정말 파란만장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