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시들, 나도 시들
D + 564 Jeddah, KSA
이전 글에서 일본에서 물 건너온 벚꽃 나무에 대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작년 11월 말경 중요한 분으로부터 벚꽃나무를 잘 키우라며 선물로 받았다.
1월 말 - 한 송이 꽃이 피다. in Riyadh
받은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 리야드에 있으면서, 나무는 제법 잘 자랐다. 사우디도 12월에서 2월 정도까지는 꽤 추운 겨울 날씨다. 방안 햇볕 잘 드는 곳에 두면서 물도 일주일에 한 번씩 주니 1월 말에는 앙증맞게 꽃도 피었다.
그 꽃을 보고 무더운 사우디에서도 잘만 키우면 꽃이 더 많이 필수도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렇게 꽃이 지고, 가지에서 잎이 자라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이파리가 자라는 게 너무 신기해서 계속 보게 된다. 다들 이래서 식물을 키우나 보다.
나무는 순조롭게 잘 자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3월 말에 라마단이 시작하며 우리는 여름을 제다에서 보내기 위해 제다로 이동했다. 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나무도 함께 이동했다.
3월 - 갈변 현상. in Jeddah
제다에 오고 나서는 나무가 쑥쑥 자라는 거 같긴 한데, 건강하지 않게(?) 자라는 거 같았다. 과거 사진과 비교하면 이파리도 엄청 더 커지긴 했는데, 색이 옅고 잎 끝에 갈변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씨도 이제 본격적인 사우디 날씨로 변하고 있다. 3월 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사우디 날씨 답지 않게 시원하고 쾌청했다. 그러나 지금은 좀 이르긴 하지만 날씨는 덥고 습하며 7-8월에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이다.
4월 - 분갈이
이런 환경에서 나무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지 나날이 시들어 가고 있는 거 같아 분갈이를 한번 했고, 지내고 있는 호텔 안에서 그나마 해가 잘 비치지 않으면서 시원한 곳을 찾아 화분을 가져다 두었다. 나날이 시들어 잎끝이 변하는 걸 보는 나도 스트레스다. 여하튼 나무가 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돌보고 있다.
사우디에 오래 사신분들은 혹시나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우디 한인 카페에 글도 올렸다. 그분도 식물을 여러 번 키워봤지만 환경상 이곳에서 식물이 잘 자라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그분께서 마지막으로 저면관수를 해보라고 하셨다. 저면관수 화분을 구할 수가 없어 현재 화분이 담길만한 대야를 하나 구입하며 화분 밑이 물에 살짝 잠기게 했다. 화분의 흙이 물이 부족할 때 밑에서 끌어올릴 수 있게(?), 일단 하라는 거는 다 해보는 거다. ㅠ
저면관수가 뭔지 몰라 인터넷으로 찾아봤고, 물을 줄 때도 생수 뚜껑을 따서 바로 주는 게 아니라 컵에 따러서 줬다. 바로 따러서 주면 흙 안에서 물이 흐르는 물길이 생겨 고루고루 물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나의 벚꽃나무는 제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마치 나를 보는 듯하다.
사람도 식물도 살기 힘든 척박한 땅, 사우디
제발 나무가 다시 건강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