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 지혜 편

나와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by 여의도노마드

지금 우리는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있고 데이터는 상상보다 빠르게 축적된다. AI는 글을써주고 계획을 짜주며 복잡한 문제도 순식간에 정리한다. 지식을 얻는 데 드는 노력은 점점 줄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이전보다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지혜를 ‘나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은 머리에 쌓이지만 지혜는 삶에 스며든다. 잘 아는 것과 잘 판단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가 없으면 우리는 쉽게 타인의 기준에 기대게 된다. 선택할 때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면서도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삶이 내 것 같지 않고 주도권은 늘 남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중요한 결정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된다. 나에게 지혜는 자유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나를 붙잡아줄 기준이 있어야 나는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을 믿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혜는 어떻게 쌓일 수 있을까. 내게 지혜는 생각하고 직접 겪어보고 그걸 기록하는 반복 속에서 조금씩 자라왔다. 그 과정들은 내 삶을 조금씩 바꿔줬고 돌아보면 언제나 내가 나답게 설 수 있도록 도와줬다.


창업에 실패했을 때 나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실행력 없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했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진짜 배움이 되었다. 대기업에서 분석과 기획만 하던 시절에는 보이지않던 것들이 스타트업에서 직접 부딪히며 선명해졌다. 실패는 많았지만 가끔의 작은 성공들이 쌓이며 ‘어디서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지혜는 실수를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행과 실패에서 방향을 다시 세울 수 있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됐다.


AI가 글을 쓰고 코드를 짜는 지금, 오히려 인간에게 남겨진 건 ‘직접 해보는 것’의 힘이다. 정보는 복제되고 지식은 자동화되지만 경험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실행해 보고 부딪혀보는 일의 가치는 더 커졌다. 지혜는 그 과정 속에서 더 깊어진다.


물론 모든 경험이 직접일 필요는 없다. 책, 영화, 강의,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는 간접적으로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경험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 속에서 지혜는 조금씩 자라난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경험 중 하나는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 강의를 수강한 일이다. 수의대를 자퇴하고 입학한 종합대학에서 들었던 수학, 경제학, 철학 수업은 질문과 토론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 수업들을 통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시각을 배웠고 세상을 해석하는 눈이 조금씩 열렸다. 옳고 그름을 고민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훈련을 하며 사고의 방향이 바뀌었다. 삶을 논리와 사유로 이해하는 방식은 지금도 내 사고의 틀이 되어 있다.


책과 사상가들을 통해서도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 나심 탈렙은 ‘안티프래질’이라는 개념을 통해 불확실성속에서도 단단해질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알려줬고, 나는 겉보기의 안정 대신 회복력 있는 선택을 고민하게 됐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통해 지금의 나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삶의 고통을 마주할 때마다 다시 돌아가는 시작점이 되어줬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배웠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만나며 나는 지혜가 삶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는 걸 조금씩 실감하게 됐다.


나는 지혜를 통해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선택 앞에서 덜 흔들리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얻은 작은 기준이 누군가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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