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재미 편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작은 몰입과 변화

by 여의도노마드

삶은 생각보다 길고 때로는 지루하다.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쌓이지만,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을 찾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삶은 무겁고 버겁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미는 단순한 유희가아니라, 삶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가벼운 에너지다.


삶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나는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거나, 새로운 맛집을 찾아가거나, 읽어보지 않은 책을 펼치거나, 생소한 영화를 보는 식으로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낸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이렇게 소소한 시도들이 무료한일상 속에서 몰입의 흐름을 회복하는 작은 연습이 되어준다.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순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반복적인 일 속에 있을 때다. 해야만 하는 일, 매일 반복되는 과업 속에서 흥미를 잃기 쉽다. 그래서 나는 일상 속 재미뿐만 아니라, 일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몰입의 조건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때 직장에서의 무료함과 지루함으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재미는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정한 난이도, 자율성, 명확한 목표,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을 때 몰입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반복되는 일상과 일 속에서도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선택권을 주고, 과정을 쪼개 성취를 느끼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서 지루하던 일상에도 다시 생동감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과 재미있는 일은 닮았지만 다르다. 좋아하는 일은 방향이고 재미있는 일은 그 길을 계속 걷게 만드는 에너지다. 좋아하는 일만 찾으려 하다가 지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해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재미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힘이다.


재미를 잘못 좇으면 오히려 공허함에 빠질 때도 있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계속해서 다른 일이나 취미를 시도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허탈함이 찾아온다. 순간의 흥미를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분명 즐거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삶 전체가 가벼워지고 방향을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만 남는다.


사회 초년생 시절,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기준으로 일을 택하고 커리어의 방향을 결정했던 적이 있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자극을 흥미라고 착각했고, 그 흥미만을 좇아 이직을 반복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그 재미는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흥미는 금세 식었고, 조직 안에서 의미나 성장의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흔들렸다. 그 결과, 쌓아야 할 전문성과 경험을 충분히 다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때 알게 됐다. 재미는 일을 오래 지속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에너지지만, 그 에너지가 유지되려면 방향과구조가 함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를 정해놓지 않으면 재미는 쉽게 사라지고, 남는 건 피로와 공허함뿐이었다.


나에게 재미는 삶을 계속하게 만드는 감각이다. 해야만하는 일에도, 해야 한다고 믿는 일에도 작은 흥미와 몰입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재미있어 보이는 일만 찾아다니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어진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재미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힘을 키우고 싶다. 재미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발견하고 키워내는 건 결국 내 몫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재미를 기준으로 삶을 설계하기보다, 삶속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내가 조금 더 오래,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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