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다른 면을 보자
보통의 삶이 어떤 건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주 40시간 근무의 삶에 대해서 만큼은 제법 잘 알고 있다. 아침 9시 근무를 시작해 점심시간 1시간 그리고 오후 6시 퇴근. 이렇게 하루 루틴을 끝내면 1일 8시간, 5일 (월~금) 동안 반복하면 주 40시간인 근로자의 삶이다.
하루 8시간 이면에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계산해보자. 거기에 퇴근 후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고 식사를 하거나 취미 활동 등을 하고 개인정비를 마치면 어느덧 취침시간. 그리고 다시 아침에 일어나 씻고 출근을 한다.
주 8시간 근무라는 생각이 아직 든다면, 잠시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8시간 근무를 위해 출근 준비를 하고 직장까지 이동하며, 직장에서 일할 동력을 얻기 위해 식사를 한다. 이미 직장에서 8시간 +1시간(점심)에 묶여있었으니, 여기에 출/퇴근 시간 및 아침식사 시간을 +3시간이라고 가정하면? 하루 중 12시간을 직장을 위해 투입하고 있다.
그래도 나머지 12시간이나 있네?라고 나 역시 생각했다.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면, 내일 출근을 위해 우리는 수면을 취해야 한다.(약 7시간) 이제 남은 시간은 12시간이 아닌 5시간. 아 그래도 5시간이나 나에게 있네? 과연 그럴까? 나머지 5시간이 여가 시간인 이유는 삶에 활력을 돋우기 위해서다. 아니 왜? 내일 그리고 모레 아니 매일의 직장 생활을 지속할 수 있기 위한 휴식인 것이다.
즉, 하루에 우리가 업무에 직접 투입하는 8시간 외 간접적으로 투입하는 나머지 16시간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온전히 하루 24시간 모두 우리가 하는 '일(8시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우리의 '일'이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지 결정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일'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를 만든다고 믿는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일'의 모든 부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하는 업무들의 대부분이 나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잡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장애물들이 나를 시험하고, 당황하며, 지루하게 만들고 중요한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그런 행복한 사람들은 정말 소수다. 나는 어떤 게 나에게 맞는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그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요리조리 찾아보고 있는 수준이다. 조금씩 찾다 보니 재밌는 면도 보이고 어렵지만 내가 습득하고 나아갈 방향이 쥐구멍에 볕 들어오듯 보일락 말락 할 뿐이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일일까? 생활일까? 나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일과 전혀 상관없는 글을 쓰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은 일을 하며 떠오르는 생각 혹은 일터에서 듣는 이야기들의 집합체다. 이런 경우 나는 글을 쓰는 이 짧은 시간을 철저하게 '일'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지만, '일'을 이해하고 다른 면을 보기 위해 쓰인다고 말할 수 있다.
정말 지긋지긋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말이다. 어차피 하루의 모든 시간이 나의 '일'과 연결되어 있으니, 내가 하는 '일' 이란 것에 내가 싫어하는 면 이외에 조금 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자. 혹시 아는가 내가 모르던 재밌는 면이 어딘가에 콕 숨어있을지...
나 역시 하루 12시간 혹은 그 이상 사무실에 묶여있지만, (늙어 죽을 때까지 이러고 싶진 않다..) 지루한 면 이외에 어딘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귀퉁이를 찾아보려고 한다. 찾으려고 애쓰는 데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함께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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