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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청서 Sep 23. 2021

[미국남부로드트립#1]삼천 마일의 로드 트립

펜사콜라, 스모키 산맥, 그리고 사바나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곳에서 숨 쉬고 싶었다.

여름의 시작 문턱에 알래스카를 다녀왔건만 (알래스카 여행기는 여기에), 시원했던 알래스카에서의 기억으로 휴스턴 여름을 나기에는 아직 힘겨웠다.

훅 하고 밀려오는 숨 막히는 공기를 떠나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렌터카가 미국 어디에서나 너무 비싸니,

차가 없어도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비행기를 타거나 로드트립을 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차 없이 돌아다닐 수 있으면서 8월이 시원한 곳은 떠올릴 수 없어

남부에서 그나마 가장 시원해 보이는 스모키 산맥으로 가자고 짝꿍에게 제안했다.

굽이진 능선이 꼭 한국의 산들 같아 친근해 보이기도 한 스모키.

그렇게 해서 2주간 삼천 마일의 로드트립이 시작되었다.


휴스턴-펜사콜라-스모키-사바나-펜사콜라-휴스턴.

2021년 8월 말, 짝꿍의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우리는 휴스턴에서 동쪽으로 달렸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의 기억.


추석 다음날인 오늘, 거짓말처럼 휴스턴이 선선해졌다.

춥고 눈 많은 미네소타에 살던 시절에는 봄기운이 살랑이면 그렇게 반가웠는데.

휴스턴에 있으니 선선한 가을 냄새나는 27도의 오후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반갑게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고서

덥고 쨍한 나날들에서 도망치듯 떠났던 여행의 기억을 여기 브런치에서 차곡차곡 개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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