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사콜라, 플로리다
8월 중순, 휴스턴에서 스모키와 사바나로 향하는 로드트립을 하기로 정한 뒤 구체적인 일정 짜기에 돌입했다.
휴스턴에서 스모키까지는 차로 대략 16시간.
하루 종일 운전해서 가기보다는 중간 지점에서 하루 정도 쉬어가기로 했다.
따악 8시간 거리 정도에 있는 곳이 바로 펜사콜라(Pensacola), 플로리다.
몇 년 전 휴스턴-애틀란타 로드트립을 할 때도 잠깐 들렀던 곳인데,
새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꽤나 멋진 해변을 자랑한다.
사실 처음엔 하룻밤 들러 갈 계획이니 호텔에 머무를 계획이었는데,
아니 무슨 호텔 가격이 이렇게 비싸.
8월 중순, 극성수기라 하기엔 살짝 늦은 시기인데도, 코로나로 다들 국내 여행만 해서 그런가.
호텔 가격이 비성수기에 비해 두세 배는 가뿐히 넘는 곳들 뿐이었다.
평소면 100불에 머무를 방을 300불을 넘게 주자니 아깝기도 하고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있나... 하던 찰나에
짝꿍이 두 눈을 반짝이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바로 해변가 국립공원에서 캠핑하기!
Fort Pickens Campground - 포트 피켄즈 캠핑장은 걸프 섬 국립 해변 (Gulf Islands National Seashore) 캠핑장들 중 하나인데,
눈부시게 하얗고 평화로운 멋진 해변이 바로 앞에 놓인 캠핑장이다.
이 글의 사진이 바로 캠핑장에서 5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해변.
캠핑장에서 산책로도 잘 되어 있어서(boardwalk) 편하고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다.
하룻밤 26불에 펜사콜라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해변을 바로 마주하는 곳은 장담하건대 이 캠핑장뿐.
국립공원이라 상가도 없고, 해가 진 이후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들만 이곳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해변으로 가면 거의 아무도 없다.
첫날엔 파도도 없는 잔잔한 바다에서 둥둥 떠 있자니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돌고래 무리도 볼 수 있고, 온갖 새들과 물고기가 지천인 야생에 가까운 바다.
휴스턴 주변 해변들은 대부분 바다가 갈색인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파랗고 얕은 해변이 이어져서 가볍게 물놀이 하기도 제격이다.
사바나에서 휴스턴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이곳에서 캠핑을 했는데,
보름달이 둥실 뜬 밤바다에, 환한 달빛 아래 은색으로 빛나는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고 있으면
근사하고 로맨틱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다.
샤워 시설도 잘 되어 있고, 물도 가까운 곳에서 잘 나와서 시설 면으로는 두루두루 만족스러웠던 캠핑장.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캠핑장에 빈자리가 많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꽤 많아 보였다.
물론- 8월 중순이 넘은 날인데도 밤기온이 28도는 쉬이 웃도는 열대야가 있을 수 있고, 바람이 적은 날에는 모기가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 저녁을 텐트 안에서 먹는 일이 우리처럼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여기 해변이 너무 좋아 이번 추수 감사절 (Thanksgiving) 때 다시 가려고 벌써 캠핑장을 예약해 놓았다. 그때 즈음이면 이제 태풍도 가시고 대체로 선선할 거라고 기대하면서.
아, 그리고 혹시나 여기 캠핑장에 가시게 된다면 그늘이 얼마나 되는지를 잘 눈여겨보시길. 아침 10시가 되면 그늘 아래로 피신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해가 쨍쨍했습니다.
캠핑장이 인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걸 추천드려요.
인기 많은 명당들은 이미 대부분 연말까지 예약이 되어 있네요.
캠핑 음식으로 추수감사절 저녁을 어떻게 만들까 벌써부터 고민 중입니다 :)
11월에 다녀오고 후기 브런치에 또 남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