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발견한 계절의 조각들
아들의 등원길과 나의 출근길 동선은 같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유치원이 나오고, 거기서 5분 정도 더 걸으면 내 직장에 도착한다.
나는 작년 봄 아들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함께 걸어서 등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들이 유치원 버스 이용을 거부하면서 아빠와의 도보 등원이 시작됐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손잡고 걷는 이 등원길이 나에게 이렇게 많은 추억을 남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등원길에는 도로를 따라 벚나무가 쭉 늘어서있다.
나는 아들과 손잡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아침을 함께 느꼈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푸릇푸릇 잎이 피어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봤고,
여름에는 연했던 잎들이 짙은 녹색을 띠는 걸 관찰하며 뜨거운 여름과 같은 매미 울음소리를 함께 들었다.
가을에는 그 풍성하던 나뭇잎들이 하나하나 떨어지고 바닥에 낙엽이 쌓였다가 쓸려나가는 과정을 지켜봤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나무를 구경했다. 손이 시리고 코가 시린 등원길이지만 장갑과 목도리, 털모자를 쓰면서 오는 따스함을 함께 느꼈다.
유치원 등원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하는 등원길은 강아지 산책과 참 닮았다는 것이다.
10분 남짓되는 등원길은 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로 가득하다.
신나게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다시 걷기를 반복한다.
집에서 내려가는 길 옆 시멘트 바닥에 찍혀있는 고양이 발자국이 귀엽다.
좀 더 내려가면 보이는 텃밭에 심어둔 식물들이 매일매일 쑥쑥 자라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그리고, 바로 옆 카페 데크에 놓여있는 꽃들이 이쁘고 이름이 궁금하다.
더 가다 보면 가로수 밑동에 나있는 버섯을 발견하게 된다. 이 버섯은 먹을 수 있는 버섯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게 아들의 최대 관심사일 때가 있었다.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가면 초등학교가 나오는데 초등학교 외곽 울타리에는 덩굴이 많다. 여름에 왕성하게 자랐다가 겨울이 되면 앙상한 줄기만 남는 덩굴을 꼭 손으로 만져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 밖에도, 나무 위에 달린 열매,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기웃거리는 고양이, 오며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
변함없는 길이지만, 아들에게는 항상 같은 날이 없고 새로운 변화들로 가득한 길이다.
아들은 수시로 멈춰서 그날그날 발견하는 것들을 눈으로 담고 기억에 남긴다.
2026년 1월,
이번 주는 겨울 한파가 찾아왔다.
오늘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의 손을 잡고 등원을 했다.
날씨가 추우니 아들의 손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들은 날씨가 춥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기 바쁘다.
"아빠, 여기 고양이 지나갔었잖아~"
"오늘은 인사해 주는 분이 한 명밖에 안 보이네?!"
(같은 시간에 자주 마주치는 분들이 있으면 항상 인사를 한다.)
하루하루 같은 날인 듯 하지만 하루하루 다른 점을 찾아낸다.
아들과 등원했던 1년 동안 정말 많은 기억들이 내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