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지 말자

욕조 안에서 배운 '아이의 눈높이'라는 무게

by 김영훈

아들의 저녁 목욕은 보통 나와 함께 한다.

아내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비교적 많기에, 나는 아빠와 단둘이서만 나눌 수 있는 교감의 시간을 고민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목욕은 서로의 살결이 닿고 온기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 중 하나다. 엄마는 함께 목욕을 하기 힘들지만, 아빠는 함께 목욕하기도 좋다.


아들은 욕실에서 물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 치고 물놀이 안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을까?

우리 집 욕조는 아이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졌다. 6살 유치원생 아들에게는 적당히 놀 수 있는 좋은 크기이다.

겨울에는 나는 반신욕 겸 아이와 함께 들어가서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다. 목욕하는 시간 동안 아이를 아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 나눌 수 있다. 아이의 엉뚱한 상상력과 소소한 이야기들이 물거품처럼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지난해 5월,

오늘 저녁은 물놀이하며 목욕하고 싶다는 아들의 의견에 따라 따뜻한 물을 욕조의 반쯤 받아 함께 들어갔다.

여느 때와 같이 욕실에서 반신욕을 하며 물놀이를 했다. 아들은 물놀이를 하기 위해 양손 가득 장난감을 챙겨 욕조로 들어갔다. 아이와 아빠의 이야기가 욕실을 채우던 그때, 아들이 휘두른 장난감이 내 손을 살짝 스쳤다. 아픈 정도는 아니었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아픈 척을 했다. 마침 손에 작은 상처가 있어서 아이에게 그 상처를 보여주었다.


"아빠 여기 다쳤어~."

나는 장난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는 이를 크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자기가 상처를 냈다는 생각에 욕실에 있는 동안 한참을 놀다가도 내가 괜찮은지 내 손을 바라봤다.

놀다가도 "내가 그랬어?"라고 반복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나는 아니라고, 원래 있었던 상처라고 했지만 아이는 자기가 한 것인 양 계속 물어보고 상처 난 곳을 호호 불어준다.

공감을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아이에게 '필요 없는 죄책감'을 심어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하게 되는 장난이라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는다면, 그건 아이에겐 장난이 아닐 수 있다. 문득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던 옛 농달들이 떠올랐다.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울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반응이 귀여워서, 혹은 가족끼리 웃자고 던진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폭력적인 말이었겠다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하게 된다.


내가 즐거운 장난이 아니라, 아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선을 지키는 것.


아이에게 장난을 치더라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야 장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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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목욕시간. 장난감놀이, 잠수, 수영, 상황극 많은 것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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