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과 기괴함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피어난, 비버?

영화 <호퍼스> 후기

by 맹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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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다른 개체에 넣는다는 설정부터 환경보호 메시지까지, 언뜻 보기에 <호퍼스>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와 판박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바타’랑 전혀 다르거든!”이라 화를 내는 박사님들의 말처럼 <호퍼스>는 거창한 목표 대신 마을의 작은 연못 속 세계를 들여다보고 스마트폰 이모지를 누르며, <아바타>에서는 볼 수 없던 무지막지한 귀여움을 무기로 폭주한다.


전편에 비해 힘이 빠진 <모아나 2>와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스토리로 좋지 않은 성과를 낸 <엘리오> 이후 디즈니와 픽사가 이를 간 것일까? 다음으로 개봉한 <주토피아 2>와 <호퍼스> 모두 보송보송한 동물들의 외형을 앞세워 실패할 수 없는 보편적 귀여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전작들보다 더 성인 지향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역사 등 서사의 깊이를 더하는 선택을 한 <주토피아 2>와 달리 <호퍼스>는 ‘공포’를 선택한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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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만큼 다 나온 환경보호라는 주제에 그로테스크한 기괴함으로, 아동지향적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던 브레이크를 부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동물들의 세상과 <프레디의 피자가게>, <매드맥스> 등을 생각나게 하는 극과 극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따뜻하고 가족 지향적이던 근래의 픽사 작품들과 프로모션 속 귀여운 비버를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은 어린이 관객들에게도 이는 다른 의미의 충격(n)이 될 것이다. 어쩌면 날것의 공포를 느낄 수 있던 <토이 스토리 1>보다도 파격적인 <호퍼스>의 장면들을 보며 성인 관객들도 경악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성인 지향적인 도전 중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는 악당의 모습과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는 듯한 임팩트 없는 선악의 전환은 관객을 지치게 하며, 영화가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 선과 악의 지속적인 전환이 스토리를 이끄는 동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지만, 절대적인 악의 부재 속에서 <호퍼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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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픽사는 늘 그랬듯 이번에도 ‘옳음’이라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낸다. 일본인이라는 민족 다양성을 가진 주인공 ‘메이블’은 조금은 답답한 성격이지만 결국 유대와 조화를 배우고, 핵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할머니, 시장 제리, 조지왕까지 유사 가족을 통해서도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파격적인 연출 속에서도 결국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다루는 모습들은 <호퍼스>가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픽사의 작품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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